차베스 오일외교 美 ‘눈엣가시’…석유지원 통해 反美세력 확장

  • 입력 2005년 8월 2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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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반미(反美) 행보를 보이고 있는 우고 차베스(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오일 외교’가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최근 팻 로버트슨 미국 목사가 암살해야 할 인물로 거론한 차베스 대통령은 ‘오일 달러’를 기반으로 중남미에서 주도력을 강화하고 미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사하고 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24일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한 달 중 절반 이상을 중남미 국가 순방에 나서 5건의 석유 관련 협정을 성사시켰다.

차베스 대통령은 23일 자메이카에서 카리브해 연안 13개국과 ‘페트로 카리브’ 석유협력체 설립에 합의했다. 이 기구를 통해 카리브해 국가들은 세계 5위의 석유생산국 베네수엘라로부터 저가의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다. 차베스 대통령은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도 비슷한 석유협력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또 개별 중남미 국가에 대한 석유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지원 규모가 가장 큰 쿠바의 경우 베네수엘라로부터 하루 9만 배럴의 석유를 공급받게 됐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민의 75%가 다른 국가에 대한 석유지원에 반대하고 있지만 차베스 대통령은 오히려 지원 규모를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은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석유공급을 “경제적 지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석유를 ‘외교 무기’로 활용하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차베스 오일 외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반미세력의 확대. 이를 위해 미국과의 직접적인 석유 대결도 불사하고 있다.

그는 14일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비방을 중단하지 않으면 석유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베네수엘라는 3위의 대미 석유수출국(하루 약 150만 배럴 원유 공급)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또 엑손모빌, 셰브론 등 미국 석유회사의 베네수엘라 사무소에 대한 세무조사를 지시하고 미국 석유회사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에 내야 하는 산유 로열티도 1%에서 30%로 대폭 인상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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