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만리장성 쌓는다

  • 입력 2005년 8월 26일 03시 03분


코멘트
중국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상호 보완 형태였던 한국경제와의 관계가 경쟁 관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20여 년간 해외자본과 기술을 흡수하기 바빴지만 최근에는 엄청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해외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시아에서 경제적 패권을 차지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 지난달 20일에는 중국-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됨으로써 중화경제권의 서막을 올렸다.

○ 커지는 중국… 주변부로 밀리는 한국

아세안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3개국 평균. (단위:%) 자료: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
국과 아세안 10개국이 맺은 FTA는 역내 상품 관세율을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FTA를 맺기 이전까지 중국과 아세안(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3개국 평균)의 대외 평균 관세율은 각각 13.1%와 11.1%. 그러나 앞으로 5년 뒤면 관세가 사실상 없어진다.

중국과 아세안이 경제 블록화함에 따라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제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아져 경쟁력이 약화되는 셈이다.

특히 중국과 아세안은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다.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중국은 21.6%, 아세안은 9.7%로 한국 수출의 31.3%가 두 지역으로 나간다. 블록화가 제대로 진행되면 한국을 주변부로 밀어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25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대 중국 수출 상위 200대 품목 가운데 180여 개 품목이 아세안과 경합하고 있다.

수출액으로 환산하면 286억 달러(1∼7월)로 지난해 대중국 전체 수출(498억 달러)의 57.4% 수준이다. 업종도 석유화학, 전자부품, 철강, 기계류 등 한국 제조업의 근간이다.

아세안 지역에 나가는 수출품도 100개 품목 중 60개 품목이 중국과 경합 관계여서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된다.

인하대 경제학부 정인교(鄭仁敎) 교수는 “중국의 산업기술이 짧은 시간에 급성장하면서 한국과의 관계가 종래의 보완 관계에서 경쟁이 확대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면서 “두 지역의 블록화로 인해 내년부터 연간 19억∼20억 달러(약 1조9000억∼2조 원)의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추산했다.

○ 한국도 FTA 추진 서둘러야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본은 이미 수천 개의 기업이 이 지역에 진출해 일본 본토와 국제적 분업 관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첨단 기술 상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일본을 생산거점으로 하고 조립이나 중간 단계의 공장이 이 지역에 진출해 있어 중국과 아세안의 교역이 늘어날수록 일본에는 도움이 되는 구조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 현오석(玄旿錫) 소장은 “일본 유수의 기업들은 이미 중-아세안 FTA에 대비해 생산 거점뿐 아니라 물류 거점까지도 조정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이 지지부진한 아세안 및 중국과의 FTA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화경제권이라는 높은 파도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파도를 타야 한다는 것이다.

또 동남아에서 막강한 경제력을 자랑하는 화교 자본과의 네트워크 구축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롯데경제연구소 오동윤(吳東胤)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아시아에서의 경제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아시아의 화교자본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맺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도 화교자본과의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