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실세 曺씨, DJ-김우중씨 중개說 파다

  • 입력 2005년 8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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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이 1999년 10월 해외로 도피하기 직전 조풍언(曺豊彦·65·현재 미국 거주) 씨를 통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상대로 대우그룹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 전 대통령 측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지만 조 씨와 김 전 대통령, 김 전 회장 3명의 관계를 살펴보면 사건 개요를 나름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우선 조 씨를 중심으로 세 사람의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씨는 김 전 대통령과 같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목포에서 김 전 대통령 이웃집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고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호텔업과 한국과의 무기거래를 중개하면서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DJ 정권 당시 숨은 실세로 통했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통령과 김 전 회장을 연결하는 창구였을 것이란 얘기도 많이 나돌았다.


조 씨는 1999년 7월 김 전 대통령의 경기 고양시 일산 자택을 6억여 원에 사들였다. 김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한나라당은 조 씨가 미국에서 김 전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 씨에게 거액의 생활비를 제공한 대가로 26건의 군납계약을 따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무성한 의혹 속에서도 조 씨가 검찰 수사대상이 된 적은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씨가 미국 시민권자여서 수사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우그룹의 해외금융계좌인 BFC에도 김 전 회장과 조 씨의 돈이 함께 관리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조 씨는 김 전 회장과는 고교 동문(김 전 회장의 2년 후배)이란 점이 인연이 돼 대우가 경영난에 빠진 뒤 대우계열사 매각 작업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이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김 전 회장의 부인 정희자(鄭禧子) 씨 소유의 경기 포천시 아도니스 골프장 헐값 매수설을 주장하면서 매수자로 거론한 인물도 조 씨였다.

조 씨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과는 40년 가까이 호형호제하는 사이여서 김 회장이 급한 사정 때문에 골프장 외에도 여러 가지 대우그룹의 매물을 사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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