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청탁 들어줘” 검-경-언 로비의혹 洪씨 일기장 기록

  • 입력 2005년 8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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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경찰 MBC 등에 대한 금품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홍모(62·구속) 씨가 청탁한 8, 9건의 사건을 전현직 검사와 검찰 직원이 대부분 해결해 준 것으로 홍 씨의 일기장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홍 씨가 검찰 관계자들에게 청탁한 경위와 검찰 관계자들이 이를 해결해준 내용들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홍 씨에게 청탁을 받은 혐의가 있는 현직 검사 2명에 대해서는 검찰의 지휘를 받기로 하는 한편 전직 검사 출신의 변호사와 검찰 직원에게는 출석요구서를 보내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일기장에 2003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홍 씨가 고소를 당했거나 피의자 신분이었던 사건과 지인이 연루된 사건 8, 9건이 기록돼 있으며 로비 내용과 로비를 받은 검찰 관계자들이 이를 해결해 줬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기장에 적힌 사건과 날짜, 담당검사, 처리 결과 등은 실제 사건 내용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이 일기장에는 ‘○월 ○일 사건이 청탁대로 처리돼 서울고검 K 검사, 일선 검찰청 검사 출신 K 변호사, 서울중앙지검 직원 B 씨 등에게 ○백만 원을 줬다’는 식으로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 씨가 △2002년 공갈 협박 혐의로 피소됐으나 K 검사 등을 통해 사건 무마를 청탁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며 △2003년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소를 당했으나 K 검사 등에게 부탁해 이 사건을 두 차례나 다른 검찰청으로 이첩했다는 내용 등이 일기장에 담겨 있다는 것.

경찰은 홍 씨가 1990년 살인교사 혐의로 수사를 받다 기소 중지된 과정에서 검찰이나 경찰 관계자에게 청탁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 일기장에서 4명의 검찰 관계자 이름을 추가로 확인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검찰 관계자는 모두 8명으로 늘어났다.

한편 일기장에 등장하는 K 검사는 “홍 씨의 일기장에 나온 내용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사건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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