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 후손 심정섭씨. 친일파 잡지 ‘광화’ 공개

  • 입력 2005년 8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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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인사들이 중국에서 발간한 잡지를 본보에 처음 공개한 심정섭 씨.
친일 인사들이 중국에서 발간한 잡지를 본보에 처음 공개한 심정섭 씨.
일제강점기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친일 인사들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와해시키고 동포들에게 황국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발간한 잡지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애국지사의 후손인 심정섭(沈禎燮·62·광주 북구 매곡동) 씨는 1939년 12월 1일 상하이에서 발행된 ‘광화(光化)’라는 월간지를 25일 본보에 공개했다. 심 씨는 1962년 건국공로훈장을 받은 백강 조경한(白岡 趙擎韓·1900∼1993) 선생의 외손자로 백강 선생은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국무위원을 지냈다.

총 60쪽으로 돼 있는 이 잡지의 표지에는 서양화가 구본웅(具本雄·1906∼1953)이 그린 왜색의 여인이 붉은색으로 인쇄돼 있다.

머리말에는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을 ‘흥아성전(興亞聖戰·아시아를 부흥시키기 위한 성스러운 전쟁)’이라고 칭하고 ‘중국에 있는 조선인은 신명을 바쳐 일본 천황 폐하를 받들어야 한다’는 글이 실려 있다.

이 잡지는 일본의 식민 통치를 찬양하는 여러 편의 기고문을 싣고 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친일파 조선인회 간부들은 ‘우리 시찰단은 무사히 돌아왔습니다’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조선총독부 등을 방문해 대환영을 받았으며 지원병(학도병) 훈련소에서 황도(皇道) 정신으로 무장한 지원병들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적고 있다.

34년 동안 교사로 근무하면서 독립운동 사료를 모아온 심 씨는 “일제의 강압에 의해 치욕적인 ‘한일강제합방’ 조약이 조인된 ‘국치일’(1910년 8월 29일)을 앞두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고서점에서 어렵게 구한 잡지를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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