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재]日 60대 3자매의 ‘용사마 사랑’

  • 입력 2005년 8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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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이 주연한 영화 ‘외출’의 시사회 후 기자회견이 열린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회견장 밖에는 인파를 피해 기둥 뒤에 서서 3시간째 행사장 출입문을 바라보고 있는 일본인 세 자매가 있었다.

큰언니 가네다 스미코(66) 씨 등 모두 60대라고 밝힌 세 자매는 ‘용사마’의 얼굴을 보기 위해 18일 일본 시고쿠(四國)를 떠나 한국에 왔다고 했다. 노자매 중 큰언니는 카메라를, 둘째는 용사마 대형 브로마이드를, 막내는 두 언니의 핸드백을 들고 있었다.

한국 입국 전 용사마가 외출의 프로모션을 위해 대만을 방문할 계획이란 정보를 입수한 자매는 돋보기를 쓰고 컴퓨터 앞에 모여앉아 용사마의 대만 일정을 알아내 계획을 짰다. 한국 입국 이튿날인 19일 용사마가 탑승할 것으로 보이는 비행기를 ‘찍어’ 대만으로 갔다가, 21일 다시 용사마의 귀국 편이 될 것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신(神)이 도와’ 이들의 ‘용사마 상봉 프로젝트’는 성공했다. 대만을 오가는 비행기를 용사마와 같이 타게 된 것이다.

비행기 속에서 세 자매는 1년 전부터 머리를 맞대고 세웠던 계획을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가네다 씨가 대표로 용사마에게 다가가 한국말로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용사마가 답했다. “곤니치와(안녕하세요).”

세 자매는 상봉 장면을 회상하며 “가슴이 벅차서 어떤 말도 더 못하고 자리로 와 주저앉았다. 그 순간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겠다”며 울먹였다. 이들 자매는 지난 1년간 배용준 주연의 드라마 ‘겨울연가’ DVD를 50회 넘게 반복해 보면서 일본어 자막과 한국말 대사를 일일이 대조하는 방식으로 한국말을 익혔다고 했다. 한마디도 않고 옆에 섰던 막내가 “(용사마는) 친절…해요. 남자…다워요”라고 말했다.

세 자매에게 오늘 만약 ‘용사마’와 다시 마주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를 물었다. 66세의 큰언니가 서툰 한국말로 답했다.

“부…끄…러…워…요.”

오로지 ‘용사마’에 가까워지려고 환갑이 넘은 나이에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탄 일본인 자매. 설명이 어려운 그 열정 앞에서 한류스타 배용준의 크기가 새삼 느껴졌다.

이승재 문화부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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