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물값

  • 입력 2005년 8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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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친근한 듯하면서도 미묘한 경쟁 관계를 보일 때 라이벌(rival)이란 말을 쓴다. 국어사전에는 경쟁상대, 호적수(好敵手)로 풀이돼 있지만 의미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원래 라이벌은 강을 가리키는 리버(river)에서 파생된 말로 ‘강가에 사는 사람들’이란 뜻이었다고 한다. 영어사전에도 어원(語源) 풀이가 그렇게 돼 있다. 그런데 강변(江邊) 사람들이 무얼 어찌했기에 라이벌이 경쟁 관계를 뜻하는 단어가 됐을까.

▷그 연원은 다름 아닌 물싸움이다. 강가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강물을 사용해 서로 가까운 듯하면서도, 내심 더 좋은 곳을 차지하기 위해 늘 신경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오직 하늘을 보고 농사를 지을 때는, 우리 어른들도 자기 논에 먼저 물을 대려고 ‘물꼬 싸움’을 벌이다 이웃 간에 등을 돌리는 일이 허다했다. 따지고 보면 신라 백제 고구려의 전쟁도 서로 한강을 차지하기 위한 물싸움이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물싸움이 치열하다. 이스라엘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은 요르단 강의 이용과 관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터키와 이라크는 유프라테스 강, 미국과 멕시코는 리오그란데 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국내에서도 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용수(用水) 배분과 취수장 건설, 상수원 보호를 둘러싼 상하류(上下流) 지방자치단체 간 수리권(水利權) 다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10월 1일 청계천 복원을 앞두고 이번에는 서울시와 수자원공사 사이에 물싸움이 붙었다. 한강에서 끌어다 청계천에 흘려보내는 물값을 서울시가 내야 한다, 아니다의 논리싸움이 팽팽하다. 수자원공사가 ‘댐 건설 및 주변 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내세워 연간 17억 원의 물값을 요구하자 서울시는 ‘공익 목적일 때는 예외’라는 관련 규정을 들이대며 “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법과 규정에 따라 결론이 나겠지만, 청계천을 거쳐 다시 한강으로 흘러드는 물에 돈을 내라는 건 우선 정서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송대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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