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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전주성]내 배 불러야 남 생각도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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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전주성]내 배 불러야 남 생각도 하는 법

입력 2005-08-25 03:22수정 2009-10-0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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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임기의 절반이 지났다. 전반부 치적에 대한 평가가 난무하지만 공평한 점수를 매기기는 아직 이를 수 있다. 사회 전반의 불균형 해소를 주제로 하는 이 정부의 개혁과제들은 어차피 단기에 효과를 낳기 힘들다. 또한 구조 변화에 따른 수혜자와 피해자의 정치적 대립이 심화되면서 개별적 입장을 공공의 선으로 합리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기에 언론이나 지식인들까지 편 가르기에 편승하다 보니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헷갈릴 때가 많다.

이런 혼돈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일차적 기준으로 삼는 것은 삶의 질이다. 자연히 역사나 이념보다는 현실경제와 관련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내 배가 불러야 남 생각도 하는 법이다. 당장 오늘도 문제지만 내일, 나아가 내 자식들의 미래도 걱정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부정책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높지 않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경제는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고, 미래 또한 뭣 하나 손에 잡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더 나은 일자리는커녕 현상유지만 해도 다행이라 여긴다. 열심히 일해 집 평수 늘리고 애들 좋은 대학 보내려는 소망 역시 부동산 투기와 사교육 열풍에 날아가 버린다. 반면 돈 있는 사람들은 앉아 있어도 집값이 오르고 그 자식들은 과외로 손쉽게 명문대에 진학한다.

이것이 소득분배 악화의 현실이고 이런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날로 는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 분열을 예고한다. 분배를 강조하는 정부 하에서 분배가 악화되는 모습을 빈정댈 수도, 아쉬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주저하고, 사교육이 공교육을 지배하고, 저축이 아닌 투기가 축재의 수단이 되는 우리 경제의 축적된 병폐를 모두 현 정부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 대신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해 이 정부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대처했는가 여부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앞서 언급한 분배 악화의 요인이 성장 잠재력에 대한 우려와 겹친다는 것이다. 생산설비를 늘리지 않는 기업이 기술개발이나 인력 발굴에 힘쓸 리 없다. 창의력보다는 입시 기술로 대학에 간 학생들이 지식기반사회에 걸맞은 인재로 변신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일반인들에게까지 침투한 투기 바이러스가 치유되지 않는 한 은행들은 저축을 기업 투자가 아닌 가계 부채로 전환하기 바쁠 것이다.

결국 현 정부 출범부터 그치지 않고 있는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식의 논쟁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문제의 핵심만 흐리게 할 뿐이다. 이러한 소모적 싸움은 경제논리로 접근할 사안까지 정치쟁점화해 정부의 정책수행 능력을 잠식했다. 군사정부 잔재 청산, 외환위기 극복 등 백지수표 같은 정당성을 부여받았던 김영삼, 김대중 정부의 개혁도 저항과 변질의 벽을 넘지 못했다. 통상적인 밀월기간조차 선물받지 못했던 정부라면 더더욱 자신들의 개혁을 뒷받침할 정당성 확보에 힘써야 하고 이는 바로 민생 안정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결국 민심이 받쳐 주어야 정치개혁이건 경제개혁이건 힘을 받을 수 있다.

집권 후반기에는 일을 서두르고픈 유혹이 클 것이다. 그럴수록 한발 물러나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능력을 결집해야 한다. 경제주체의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정책은 신뢰받지 못한다. 또한 저항이 심하면 좋은 정책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힘들다. 양극화를 해소해야 소비가 는다는 식의 환상에서 벗어나 투자와 일자리가 살아나야 소비도 늘고 분배도 개선됨을 인식해야 한다.

출자총액제한이나 수도권 규제를 둘러싼 대기업과의 투자 논쟁이 부질없다면 깨끗이 선을 긋고 새로운 게임의 장을 열어야 한다.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는 데는 많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므로 무리수보다는 인내를 가지고 다른 정책과의 조합을 구해야 한다. 어정쩡한 추경예산으로 욕먹을 바에는 제2금융권 구조조정과 중소기업 혁신, 여성인력 지원 등 성장잠재력 위주의 공격적인 재정운영이 어떨까. 무엇이 우리에게 절실한 개혁인지, 민심은 어디에 있는지를 바로 본다면 남은 2년 반은 변화를 이루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물론 민심은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남대문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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