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부총리 “강남 8학군조정” …교육당국도 곤혹

  • 입력 2005년 8월 25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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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 안정대책의 하나로 23일 제기된 서울 고교 학군조정 문제를 놓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4일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과 경제계에 이르기까지 성명과 논평이 쏟아졌다. 학군조정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문제라는 내용의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반응은 그만큼 뜨거웠다.

▽곤혹스러운 교육당국=교육당국은 학군조정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이 실제 의미보다 부풀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날 학군조정 문제는 원칙적인 차원에서 전문가들이 검토해 볼 만하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지금으로서는 학군조정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한 적이 없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종전 태도를 되풀이했다. 시교육청이 검토하는 학군조정의 내용은 현재 공동학군의 범위를 약간 넓히는 것일 뿐 강남지역에 공동학군을 도입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

▽학군조정, 뭐가 문제인가=현재 서울시내 일반계 고교 1학년생은 약 9만5400명으로 이 가운데 1만2600여 명이 강남구와 서초구의 26개 고교에 진학했다.

교육당국은 공식 통계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이들 고교의 명문대 진학률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고교의 격차는 학교 교육보다는 부모의 경제력과 이에 따른 사교육의 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강남권이라도 지역과 학교에 따라 명문대 진학률이 크게 다른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학군조정으로 비강남권 학생들이 이들 고교에 몰려들 경우 강남 지역 학생의 상당수는 강북 등 먼 지역으로 통학할 수밖에 없어 엄청난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강남구와 송파구, 서초구와 동작구 등 구 접경 지역에서 매년 신입생 수급 상황에 따라 일부 학생이 인근 구 고교에 진학하면서 배정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투유 김주호 팀장은 “상대적으로 먼 지역 학생은 강남 고교로 배정받을 경우 강남으로의 이사가 불가피해 이 지역 집값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엇갈린 교육계 반응=학군조정에 대한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의 의견은 엇갈렸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았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와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는 “부동산 문제 해결 차원에서의 학군조정은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며 “학생의 불편을 줄이면서 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학군조정은 고교평준화의 기본 틀을 흔들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은 “추첨을 통한 일방 배정에서 탈피해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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