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합법 감청' 年3차례 직접 서명

  • 입력 2005년 8월 25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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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는 대통령 감청 승인 요청서 사본양식을 입수했으나, 이를 그대로 게재하는 것은 국가 안보 등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그래픽으로 처리했습니다.
본보는 대통령 감청 승인 요청서 사본양식을 입수했으나, 이를 그대로 게재하는 것은 국가 안보 등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그래픽으로 처리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국가정보원이 법원의 영장 없이 합법적으로 감청할 수 있는 수단인 ‘대통령 승인’은 위임 전결 없이 대통령이 직접 서명해 감청을 승인해 온 것으로 24일 밝혀졌다.

이는 본보가 입수한 국정원의 ‘대통령 감청 승인 요청서’ 양식과 정부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됐다.

국정원은 통상 매년 2, 6, 10월 각 정보·수사기관에서 제출한 감청계획서를 종합한 뒤 국정원장 명의의 문건을 작성해 ‘2급 비밀’로 분류하고 대통령에게 감청 승인 신청을 해 왔다는 것.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에 따른 것으로 국정원은 매번 40∼50명의 감청 대상자에 대해 한꺼번에 승인 신청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승인을 받는 감청 대상자는 주로 외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감청 과정에서 이들과 통화한 내국인도 자연스럽게 감청당한 것으로 보인다.

1993년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은 국가 안보에 필요한 경우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의 허가만으로 통신제한조치(감청)를 할 수 있고, 적성국가(북한 등)나 외국인에 대한 감청은 서면으로 대통령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 감청 승인 요청서’에는 감청 종류, 대상, 범위, 기간, 집행 장소, 집행 방법 등을 모두 기재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전직 대통령들도 승인 요청서에 직접 서명하는 과정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휴대전화 감청 여부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이 같은 절차를 거쳐 대통령의 감청 승인을 받은 뒤 휴대전화 감청장비(CASS·카스)로 감청해 온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감청이 남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또 국정원이 대통령에게 승인 신청을 하면서 일부 국내 정치인 등을 끼워 넣어 불법 감청(도청)을 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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