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단체, 교사 5만8000명 증원 요구

  • 입력 2005년 8월 25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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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9월 교원평가제를 시범 실시할 계획인 가운데 교원단체들이 수업시간 감축과 이에 필요한 교원 5만8000명의 증원을 요구해 교육 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런 무리한 요구 때문에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평가제 도입 취지가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 “9월 넘기면 끝장”=교육부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노동조합과 학부모단체가 참여하는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특별협의회’를 구성해 시범 도입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진척이 없다.

교육부는 “내달 시범적으로 실시하지 않으면 평가제 자체가 물 건너갈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교원단체는 “협의회에서 합의해 시행하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교육부는 9월을 넘기면 대학수학능력시험, 학년 말 업무 집중으로 학교가 바빠지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되는 내년이 되면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게 힘들다는 주장이다.

▽교원 충원 가능한가=교원단체는 교원평가가 제대로 되려면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과 함께 수업시간을 줄여 줘야 한다며 교사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25.9시간, 중학교 20.9시간, 고교 17.7시간인 교사의 주당 수업시간을 2010년까지 초등학교 24시간, 중학교 20시간, 고교 18시간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교원 1만4267명을 늘리는 데 따른 예산이 연간 3777억 원 소요되지만 예산 확보는 미지수다.

그런데도 교원단체는 수업시간을 △초등학교 20시간 △중학교 18시간 △고교 16시간으로 감축하고 최대 수업시간 초과 근무 시 수당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 주장대로 5년간 교원 5만8000명을 증원하려면 연간 1조5000억 원이란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간다.

▽무리한 요구=교육부는 교원단체가 요구하는 수준의 증원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5만8000명 중 초등교사는 4만 명, 중등교사는 1만8000명인데 매년 각각 1만 명, 3600명씩 늘려야 하는 셈이다. 중등교사 충원은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초등교사는 한 해 교육대 졸업자가 6000명밖에 안 되고 자연 감소 및 학교 신증설에 따른 소요 인원 3500명을 제외하면 실제 증원 가능한 교원은 2500명 수준이라는 것.

교육부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감소와 학교 신증설이 둔화되는 상황도 검토해야 하며 막대한 예산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없는 요구”라고 말했다.

고려대 신현석(申鉉奭·교육학) 교수는 “교육부가 교원단체의 눈치를 보다 교원평가제 시범 실시 시기를 놓치고 끌려 다니고 있다”며 “근무 여건 개선도 필요하지만 평가제의 기본 취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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