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 “돈 어디갔는지 궁금”

  • 입력 2005년 8월 25일 0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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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측근인 재미교포 무기중개상 조풍언(70) 씨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을 상대로 거액 로비를 시도한 사실이 밝혀져 대형 ‘정경유착’ 의혹이 일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김 전 대통령에게 실제로 로비가 행해지고 돈이 전달됐느냐는 것. 그 진실은 당사자인 조 씨와 김 전 대통령 등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 씨가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고, 김 전 회장도 이를 믿고 로비를 한 점에 비춰볼 때 어떤 식으로든 ‘접촉’과 ‘관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로비가 실제 이뤄졌을 경우 정치적 파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으로 보인다.

▽‘최후의 로비’=김 전 회장의 로비 시도는 1999년 9∼10월경 이뤄졌다. 당시는 대우그룹 해체 여부를 둘러싸고 채권은행단과 정부의 상황과 움직임이 긴박하게 돌아가던 시기였다. 김 전 회장으로서는 존망의 기로에 선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김 전 회장은 결국 최고권력자인 김 전 대통령 본인을 설득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선택이 조 씨였다. 조 씨는 경기고 동문인 김 전 회장과도 절친한 사이다.

대우그룹 전직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조 씨에게 준 금액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일 가능성도 있다”며 “최소한 100억 원은 넘는다”고 말했다.

▽로비 실제로 이뤄졌나=진실은 조 씨와 김 전 대통령,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만이 알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한 뒤 조 씨를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 씨가 미국 시민권자인 데다, 거주지도 미국이어서 검찰의 소환 요청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조 씨를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김 전 대통령이 부인할 경우 조사할 근거와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조 씨가 김 전 대통령에게 김 전 회장의 뜻은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 씨가 김 전 대통령과 가까운 만큼 김 전 회장과도 상당히 가까운 사이였고, 김 전 회장의 로비 부탁이 필사적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 씨가 김 전 대통령에게 로비 자금을 직접 전달하는 대신 다른 경로로 ‘봉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 회장은 ‘조 씨에게 건넨 돈이 어디갔는지 나도 궁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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