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 무차별 개인정보 유출 파문

  • 입력 2005년 8월 24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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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관리공단이 당사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검찰과 경찰에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제공하는 등 정보관리를 제대로 해오지 않았다는 것을 공식 인정했다. 또 공단에 불리한 글을 올린 누리꾼의 개인정보를 뒤진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 측은 그간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대해 업무관련성만을 강조하며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공단의 공식 인정=본보가 입수한 '국민연금 개인정보 보호 강화대책' 문건에 따르면 공단 측은 당사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누리꾼의 신상정보 파악 수단으로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열람했다. 이 문건은 공단이 올 7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것.

공단 측은 개인정보 조회권한이 있는 직원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정보를 뒤지더라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지 않다. 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 규정만 있을 뿐 업무 외 무단열람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공단 측은 검찰과 경찰이 업무 협조를 요청할 경우 개인신상정보를 참고자료로 제공해 왔다. 공단 측은 그 동안 공식적으로 "관련 법규에 따라 적법하게 자료를 제공했으며 누리꾼에 대한 개인정보 열람은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공단 측은 이번 문건에 대해 "문제점을 다 인정한 것이라기보다는 외부의 지적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 측은 △개인정보 열람사유 기록 △타 지역 가입자 열람 통제 △개인정보 무단열람 금지 의무 조항 신설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여전한 법적 논란= 현행 '공공기관의 개인 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은 소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개인 정보 파일을 보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범위'가 매우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모호한 조항으로 인해 공단 측은 대학생의 휴학 사유, 교도소 수감 이유, 외국인의 여행 목적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갖고 있다.

이지호(李芝鎬) 변호사는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열람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적법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개인정보를 조회 열람하면 각각 100만 원과 5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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