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용택 前국정원장 문답]“당시 보고받은 내용은 쓰레기”

  • 입력 2005년 8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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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9시간이 넘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천용택(千容宅) 전 국가정보원장은 23일 “(미림팀의) 도청 테이프 내용을 일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죽어도 말할 수 없으며 무덤까지 안고 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기관을 국민이 보호해 주지 않으면 국가안보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운영 씨에게서 테이프를 회수할 때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있는데….

“나는 국방과 안보를 위해 45년 동안 일한 사람이다. 예스와 노로 일했다. 강직한 사람이다. 파직당한 하급 직원과 그런 뒷거래를 할 사람이 아니다.”

―테이프 내용은 보고 받았나.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당시 일부 보고받은 내용은) 다 쓰레기였다. 식사하는 자리에서 나온 잡담 섞인 쓰레기다. 혹시 미래에 관한 얘기라면 정보 분석을 위해 참고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정권도 잡은 마당에 지나간 정권의 쓰레기 정보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전직 국정원장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생각은….

“6개월밖에 일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스라엘의 모사드와 영국의 MI6처럼 만들고 싶었다. 정보기관만큼은 언론도 보호해 줘야 한다. 정보기관을 보호하지 못하면 국가안보는 없다.”

―DJ 시절 도청 의혹은 어떻게 된 건가.

“정보기관이 감청장비를 구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것은 범죄가 아니다. 피를 뽑다보면 벼도 뽑히는 경우가 있다. 일부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처벌해야겠지만 정보 수집을 하다 본의 아니게 월권을 저지르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국가 안보를 위해 국민이 감싸줘야 한다.”

―5일 국정원 발표는 어떻게 생각하나.

“대부분 맞는 얘기다.” (천 전 원장은 이 말을 한 뒤 차를 타고 검찰청을 나갔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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