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주변배경 중시…서양인, 눈앞대상 직시

  • 입력 2005년 8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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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발간되는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 회보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물을 보는 방식 차이를 보여주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백인 미국인 학생 25명과 중국인 학생 27명에게 호랑이가 정글을 어슬렁거리는 그림 등을 보여주고 눈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미국 학생의 눈은 호랑이처럼 전면에 두드러진 물체에 빨리 반응하고 오래 쳐다본 반면 중국 학생의 시선은 배경에 오래 머물렀다. 중국 학생은 또 물체와 배경을 오가며 그림 전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0분의 1초(ms) 단위로 안구운동을 측정한 결과 미국 학생은 중국 학생에 비해 180ms 빨리 물체에 주목했으며 눈길이 머문 시간도 42.8% 길었다. 그림을 본 후 처음 300∼400ms 동안에는 두 그룹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으나 이후 420∼1100ms 동안 미국 학생은 중국 학생에 비해 ‘물체’에 주목하는 정도가 뚜렷했다.

연구를 주도한 리처드 니스벳 교수는 이런 지각과정의 차이가 문화적 변수에 기인하는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문화의 핵심은 조화에 있기 때문에 서양인보다 타인과의 관계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반면 서양인은 타인에게 신경을 덜 쓰고도 일할 수 있는 개인주의적 방식을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고대 중국의 농민들은 관개농사를 했기 때문에 물을 나눠 쓰되 누군가가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던 반면 서양의 기원인 고대 그리스에서는 개별적으로 포도와 올리브를 키우는 농민이 많았고 그들은 오늘날의 개인 사업가처럼 행동했다. 이런 삶의 방식이 지각구조에도 영향을 미쳐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바위가 물에 가라앉는 것은 중력 때문이고, 나무가 물에 뜨는 것은 부력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정작 물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중국인들은 모든 움직임을 주변 환경과 연관시켜 생각했고 서양인보다 훨씬 전에 조류(潮流)와 자기(磁氣)를 이해했다는 것.

니스벳 교수는 2001년 일본인과 미국인을 상대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물 속 풍경 사진을 일본인들과 미국인들에게 보여주자 미국인들은 밝게 빛나거나 빨리 움직이는 물체, 즉 ‘헤엄치고 있는 송어 3마리’를 지적했으나 일본인들은 물의 흐름이나 ‘물이 파랗다’ ‘바닥에 바위가 있다’와 같은 사실을 먼저 얘기한 뒤 물고기에게 관심을 보였다.

니스벳 교수는 이런 차이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 기인한다는 것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시아계 학생들이 사물을 볼 때 아시아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과 백인계 미국인의 중간 정도의 반응을 보이며 때로는 미국인에 가깝게 행동한다는 사실로도 입증된다고 덧붙였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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