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발 홍씨’ 한번 만나면 “형님, 아우”

  • 입력 2005년 8월 24일 03시 05분


코멘트
검찰 경찰 MBC 등 각계에 금품을 제공한 홍모(62·구속) 씨 사건의 연루자가 날이 갈수록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홍 씨는 어떻게 다양한 사람과 친분을 쌓았고 금품을 줄 수 있었을까. 또 이들에게 무엇을 청탁했을까.

▽연루자는 몇 명?=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금품 제공 및 청탁 내용 등이 담긴 일기장에 수백 명이 등장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는 직책이 적혀 있어 쉽게 신원이 확인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검찰 이 국장’ 하는 식으로 성(姓) 정도만 나타나 있어 신원 확인이 쉽지 않다.

현재까지 드러난 경찰 연루자는 모두 15명. 현직 총경을 포함해 11명이 금품을 받았으며 4명이 홍 씨와 한두 차례 식사를 했다.

검찰 연루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부장검사 2명과 올해 초 변호사로 개업한 전직 검사 1명, 검찰 계장 1명 등 4명 외에 2, 3명이 추가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일기장에는 막내아들의 병역과 관련해 홍 씨가 보직을 청탁한 것으로 추정되는 현역 국회의원 2명과 의원 보좌관 1명, 현역 중령 2명의 이름도 있다. 이 밖에도 A은행과 B상호저축은행 등 금융기관 관계자 4명, 세관, 식품의약품안전청, 구치소, 세무서 관계자 8명의 명단이 기록돼 있다.

한편 23일 자진출석한 구본홍(具本弘) MBC 전 보도본부장은 경찰에서 “당시 보도책임자로서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향응을 받았지만 보도 관련 대가성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홍 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홍 씨는 누구?=전북 순창군 출신인 홍 씨는 어려서부터 부산에서 자랐다. 그는 부산 해양고를 중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씨는 1980년대 말 부산에서 플라스틱 제조업체 등을 운영하며 많은 돈을 벌었다. 그는 청소년선도위원 등 각종 지역사회단체 활동을 하면서 경찰 검찰 등 각계 인사와 친분을 쌓았다. 매달 200만 원씩 모두 2000여만 원을 받고 사건 무마 청탁을 들어 준 의혹을 사고 있는 A 검사도 부산에서 홍 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씨의 탁월한 친화력은 주위 사람들이 놀랄 정도였다. 누구나 그와 한번 만나고 나면 형님 아우 사이가 된다는 것. 홍 씨는 일단 안면을 튼 뒤 꿀이나 장뇌, 양주 등 비싼 선물을 건네고 수백만 원의 접대비를 쓰며 ‘스폰서’를 자처하기도 했다.

그의 청탁 내용은 가지각색이다. 경찰과 검찰엔 사건 무마 청탁을 했고 금융기관엔 대출 편의를, 세관과 식약청엔 수입 편의를, 구치소엔 면회 편의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씨는 현재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주유소 한 곳과 경기 여주군에 있는 환경비료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때 부산 사하구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기도 했다고 지인들이 전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