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노 대통령의 발언 요지.
▽“나를 대통령으로 수용하지 않는 일부 언론 있다”=그동안 국정을 수행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이 내 생각과 다르게 국민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일부 중앙 언론과 나는 내가 정치를 하는 동안 내내 관계가 좋지 못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 자체가 그런 언론으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일이고 지금도 나를 대통령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부 언론이 있어서 우리 생각이 국민에게 바로 전달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것은 내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다. 참여정부가 출발하면서 기존의 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고쳐보자 해서 좀 버겁게 일을 시작하다 보니까 초반부에 언론과의 사이에서 상당한 갈등관계가 있었다. 후반기에는 언론과의 관계에서 새롭게 생산적인 경쟁관계를 추진하려고 한다. 새로운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런 목표를 고려해서 선임할 생각이다.
▽“말솜씨 때문에 손해 봤다”=경제가 활짝 펴지지 않아서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내 나름대로는 감히 대과(大過) 없이 일해 왔다고 자부하고 싶다. 경기 활성화는 최선을 다했지만 편법을 쓸 수는 없었다.
(임기 절반을 지낸) 소회를 얘기하면 일은 잘한 것 같다. 그런데 국민에게 별로 지지는 못 받고 있다. 하나는 지지를 못 받아서 섭섭하고, 또 하나는 내가 좀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나한테 책임이 있는 것은 말솜씨가 별로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말로써 생긴 이미지의 손해가 있었던 것 같다. 그것 때문에 국정 솜씨가 많이 깎이지 않았는가 해서 아쉽다.
연정(聯政)은 구조적으로 지역구도를 좀 고치자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의 정치적 술수로 이해되면서 어려운데, 하반기에는 여기에 집중할 것이다.
▽“양원제 필요하다”=‘1인 1표주의’ 아닌가. 표의 등가성 원칙이라는 것이 이제는 3 대 1(도시와 농촌지역의 국회의원 1명을 뽑는 유권자 비율)로 줄었다. 이것을 2.5 대 1, 2 대 1까지 줄이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의견이다.
이런 추세로 가면 한 10년쯤 뒤에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서울 출신,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이 대한민국 국회를 완전히 지배해 버린다. 그러면 수도권 마음에 안 드는 법안은 겁이 나서 상정 자체를 못하게 된다. 그랬을 때 한국의 중요한 의사결정 구조가 왜곡되는 아주 위험한 상태가 된다. 일극 중심의 사고방식이 국회를 지배하게 된다.
지역의 이해관계와 가치가 반영될 수 있는 정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 얘기를 잘못 꺼내면 대통령이 ‘양원제 개헌’을 주장한 것으로 돼 곤란하다. 사적인 견해로, 이론적으로만 상원 같은 것을 합리적으로 하나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만 말하겠다. 개헌 논의로 번지지 않도록 해 달라.
▽“맥아더 동상 철거 반대한다”=왜 지금 와서 모든 과거를 말살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앞으로 수십 년 미래에 있어 미국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적절하게 수용하면서 자존과 독립을 지켜 나가는 공존의 지혜가 필요하다.
국가 간에 심각한 갈등이 생길 수 있는 극단적인 일을 왜 꼭 해야 하는가. 상징적인 적대행위 하나 갖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동상 철거 같은 것은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의 자존심을 굉장히 악화시키는, 외교에 있어서 아주 해로운 일이다.
▽“과거사 소급 처벌 입법 내놓지 않겠다”=정부가 소급 입법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사 문제는 새로운 처벌보다는 청산 정리의 단계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
‘수지 김’ 사건처럼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유형의 몇 가지의 특수한 사건이 있을지 몰라서 광복절 경축사에서 (시효 배제 부분에) ‘앞으로’라는 말을 넣지 못했다. 과거사 정리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을 생각은 정말 없다.
▽“퇴임하면 ‘귀향 마을’ 가겠다”=퇴임하면 ‘귀향 마을’(은퇴자가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정부가 추진 중인 농촌 마을) 한 군데로 들어가겠다. 그 지역에 가서 80, 90대 노인들의 안전이나 건강을 보살피는 자원봉사부터 도시 아이들이 찾아와서 뭔가 배우고 갈 수 있도록 자연도 회복시키고, 전통적인 옛날 마을의 산림을 새롭게 설계해서 삼림욕과 산책이 마을 뒷산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생각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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