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지방신문 편집국장 간담회

  • 입력 2005년 8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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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지방언론사 편집국장들이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석동률 기자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지방언론사 편집국장들이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지방신문 편집국장 33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간담회는 지역 현안에 관한 질문이 쏟아지는 바람에 당초 예정된 시간을 1시간 10분이나 넘겨 오후 2시 10분경 끝났다. 3시간여 동안 노 대통령은 200자 원고지 167장 분량의 말을 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발언 요지.

▽“나를 대통령으로 수용하지 않는 일부 언론 있다”=그동안 국정을 수행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이 내 생각과 다르게 국민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일부 중앙 언론과 나는 내가 정치를 하는 동안 내내 관계가 좋지 못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 자체가 그런 언론으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일이고 지금도 나를 대통령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부 언론이 있어서 우리 생각이 국민에게 바로 전달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것은 내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다. 참여정부가 출발하면서 기존의 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고쳐보자 해서 좀 버겁게 일을 시작하다 보니까 초반부에 언론과의 사이에서 상당한 갈등관계가 있었다. 후반기에는 언론과의 관계에서 새롭게 생산적인 경쟁관계를 추진하려고 한다. 새로운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런 목표를 고려해서 선임할 생각이다.

▽“말솜씨 때문에 손해 봤다”=경제가 활짝 펴지지 않아서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내 나름대로는 감히 대과(大過) 없이 일해 왔다고 자부하고 싶다. 경기 활성화는 최선을 다했지만 편법을 쓸 수는 없었다.

(임기 절반을 지낸) 소회를 얘기하면 일은 잘한 것 같다. 그런데 국민에게 별로 지지는 못 받고 있다. 하나는 지지를 못 받아서 섭섭하고, 또 하나는 내가 좀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나한테 책임이 있는 것은 말솜씨가 별로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말로써 생긴 이미지의 손해가 있었던 것 같다. 그것 때문에 국정 솜씨가 많이 깎이지 않았는가 해서 아쉽다.

연정(聯政)은 구조적으로 지역구도를 좀 고치자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의 정치적 술수로 이해되면서 어려운데, 하반기에는 여기에 집중할 것이다.

▽“양원제 필요하다”=‘1인 1표주의’ 아닌가. 표의 등가성 원칙이라는 것이 이제는 3 대 1(도시와 농촌지역의 국회의원 1명을 뽑는 유권자 비율)로 줄었다. 이것을 2.5 대 1, 2 대 1까지 줄이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의견이다.

이런 추세로 가면 한 10년쯤 뒤에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서울 출신,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이 대한민국 국회를 완전히 지배해 버린다. 그러면 수도권 마음에 안 드는 법안은 겁이 나서 상정 자체를 못하게 된다. 그랬을 때 한국의 중요한 의사결정 구조가 왜곡되는 아주 위험한 상태가 된다. 일극 중심의 사고방식이 국회를 지배하게 된다.

지역의 이해관계와 가치가 반영될 수 있는 정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 얘기를 잘못 꺼내면 대통령이 ‘양원제 개헌’을 주장한 것으로 돼 곤란하다. 사적인 견해로, 이론적으로만 상원 같은 것을 합리적으로 하나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만 말하겠다. 개헌 논의로 번지지 않도록 해 달라.

▽“맥아더 동상 철거 반대한다”=왜 지금 와서 모든 과거를 말살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앞으로 수십 년 미래에 있어 미국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적절하게 수용하면서 자존과 독립을 지켜 나가는 공존의 지혜가 필요하다.

국가 간에 심각한 갈등이 생길 수 있는 극단적인 일을 왜 꼭 해야 하는가. 상징적인 적대행위 하나 갖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동상 철거 같은 것은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의 자존심을 굉장히 악화시키는, 외교에 있어서 아주 해로운 일이다.

▽“과거사 소급 처벌 입법 내놓지 않겠다”=정부가 소급 입법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사 문제는 새로운 처벌보다는 청산 정리의 단계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

‘수지 김’ 사건처럼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유형의 몇 가지의 특수한 사건이 있을지 몰라서 광복절 경축사에서 (시효 배제 부분에) ‘앞으로’라는 말을 넣지 못했다. 과거사 정리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을 생각은 정말 없다.

▽“퇴임하면 ‘귀향 마을’ 가겠다”=퇴임하면 ‘귀향 마을’(은퇴자가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정부가 추진 중인 농촌 마을) 한 군데로 들어가겠다. 그 지역에 가서 80, 90대 노인들의 안전이나 건강을 보살피는 자원봉사부터 도시 아이들이 찾아와서 뭔가 배우고 갈 수 있도록 자연도 회복시키고, 전통적인 옛날 마을의 산림을 새롭게 설계해서 삼림욕과 산책이 마을 뒷산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생각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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