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내용 공개는 관음증 부추기는 일”

  • 입력 2005년 8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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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도청 테이프에 등장한 전현직 검찰 간부들의 실명을 거론한 노회찬(魯會燦) 민주노동당 의원의 발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노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이들 검사가 1998년 ‘세풍(稅風)’ 사건 수사 당시 요직에 있으면서 ‘삼성 비호’에 앞장섰다고 주장한 반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노 의원과 실명을 공개한 언론사 등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촉구했다.

▽서울변호사회의 수사 촉구=서울변호사회는 이날 노 의원과 노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실명을 보도한 조선일보 등을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수사촉구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또 도청 테이프 내용을 처음으로 공개한 MBC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촉구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이에 앞서 22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수사 촉구를 결정했다.

황용환(黃龍煥) 서울변호사회 법제이사는 언론 수사와 관련해 “언론이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실명으로 보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해 수사 촉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변호사회는 별도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도청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생활의 비밀 및 통신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며 우리 사회를 관음증 환자나 파파라치 양성소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도청 내용 수사에 대해서는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고문을 통해 증거가 나왔을 때 이를 별도의 수사단서로 활용할 경우 절차적 정당성이 담보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서울변호사회는 노 의원 등이 도청 테이프 내용을 공개한 것도 통신비밀보호법 16조를 위반한 것이며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범죄행위로 보고 있다.

▽노 의원의 2차 폭로=노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질의를 통해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거론된 검사들이 대선 불법자금 모금 사건인 세풍 사건의 수사를 온몸으로 방해해 삼성만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과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수사 실무를 지휘하다 삼성으로 이직한 A 씨와 B 씨까지 고려하면 그야말로 친(親)삼성 검사들이 세풍 사건을 좌지우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노 의원이 ‘떡값’을 받았다고 공개한 검사 중 한 사람인 김진환(金振煥·전 서울지검장) 변호사는 23일 “당시 서울지검 남부지청장 등 외곽에 있었던 내가 삼성그룹을 비호했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법원에 민사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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