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TV 리뷰]KBS2 성장드라마 ‘반올림2’

  • 입력 2005년 8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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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깜찍이 옥림 양에게.

2005년. 손 안의 TV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등장하는 시기에 ‘이옥림’이란 이름은 ‘김삼순’ 버금가는 옛날 이미지의 이름이 아닐까 생각해. 옥림의 큰언니 예림, 쌍둥이 동생 하림처럼 예쁜 이름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것만으로도 옥림이에게는 남다른 사춘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네. 2003년 11월 KBS 2TV 성장드라마 ‘반올림’에서 14세 중학생 이옥림을 처음 본 순간 내 느낌이 바로 그랬지.

난 옥림 양과 같은 질풍노도 시기의 사춘기 소녀는 아니지만 ‘반올림’을 빼놓지 않고 봤지. “다 큰 어른이 무슨 애들 나오는 드라마를 보느냐”는 주위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옥림 양의 일거수일투족을 엿봤어. 생리 경험 후 고민하는 모습, 같은 반 친구인 정민이와 윤정이 사이에서 우정 때문에 토라진 모습, 게임만 하는 쌍둥이 동생 하림이,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인 언니 예림과 소리 지르며 싸우는 모습들은 또래들 삶의 리얼리티 그 자체였지.

그런 이유 때문일까? 당시 시청자 게시판은 옥림 양 또래는 물론 “중학교 딸을 둔 엄마인데 드라마 잘 보고 있다”, “40대가 봐도 괜찮죠?”라는 어른들의 글도 가득했지. 드라마를 모니터하는 시민단체가 ‘시청자에게 추천하는 프로그램 상’을 주기도 했지.

하지만 올해 3월, ‘반올림2’(사진)가 방송된 후부터 난 오히려 ‘반올림1’에 대한 깊은 향수를 느끼고 있어. 질끈 동여맨 머리를 풀고 생머리의 17세 고등학생이 된 옥림 양은 사랑만이 전부인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아. 재벌 집 아들 여명 군과의 로맨스가 옥림 양 일상의 전부가 되어버렸지. 새벽에 부스스한 몸을 이끌고 등교하는 ‘수험생’들에게는 한낱 판타지에 불과해. 어른들 사랑놀이에 눈뜨는 것만이 ‘성장’은 아닌데도….

옥림 양 또래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재벌 2세와 달콤한 연애에 빠진 옥림이의 모습이 아니라, “야! 너 죽어” 하며 같은 반 친구들에게 기죽지 않는 ‘쌈닭’ 이옥림이 아닐까?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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