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일씨, 40년지기 반주자 이성균씨와 데뷔 55돌 콘서트

  • 입력 2005년 8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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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55주년 기념 콘서트를 준비하는 테너 안형일 씨(오른쪽)가 피아니스트 이성균 씨의 반주에 맞춰 토스티의 ‘이상’을 연습하고 있다. 이 씨는 안 씨의 40년 지기이자 ‘전속 반주자’로 통한다. 변영욱 기자
데뷔 55주년 기념 콘서트를 준비하는 테너 안형일 씨(오른쪽)가 피아니스트 이성균 씨의 반주에 맞춰 토스티의 ‘이상’을 연습하고 있다. 이 씨는 안 씨의 40년 지기이자 ‘전속 반주자’로 통한다. 변영욱 기자
《테너 안형일(78) 씨는 연방 헛기침을 했다. “에어컨을 켜놓고 잤더니 목이 이상해. 이거 큰일이네.” 40년째 그의 반주를 맡아 온 피아니스트 이성균(71·서울대 명예교수) 씨는 ‘하나도 걱정 안 돼’라는 듯 미소만 흘렸다. 피아노의 서주가 흘러나오고, 테너는 노래를 시작했다. “오 나의 사랑하는 님….” 귀가 쩌렁쩌렁했다. 베이스 오현명 씨가 그의 책 ‘오페라 실패담’에서 ‘안형일은 몸살기(氣)가 있다며 갖은 엄살을 부리다가도 입만 열면 혼을 쏙 빼놓았다’고 하던 그대로였다.》

“나이 80이 다 돼서 노래하는 가수가 있나요. 세계적으로도 없어요. 대단하죠.” 손을 건반에서 내려놓은 이 씨가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안형일. 1957년 서울오페라단의 베르디 ‘리골레토’에서 첫 주역인 만토바 백작 역을 맡았다. 1993년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푸치니 ‘보엠’의 로돌포 역으로 무대에 섰다. 40년 가까이 한국 테너계의 얼굴로 활동했고 박성원 박세원 신영조 씨 등의 제자를 키워내 그들과 나란히 활동했다. 그가 데뷔 55주년 기념 연주회를 갖는다. 9월 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나이가 들어 소리가 안 나오게 되면 그날로 그만두자고 생각해 왔어요. 하루아침에 소리가 콱 안 나와 버리면 집어치울 텐데, 그러질 않으니….” 껄껄거리는 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3년 전인 2002년 11월 안형일 씨와 베이스 오현명 씨가 음악인생 반세기를 회고하는 '우정 콘서트'를 가졌다.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오현명 안형일, 반주를 맡은 피아니스트 정진우 이성균 씨(왼쪽부터). 동아일보 자료사진

○ 1970년대 ‘하이 C’ 가능한 유일한 테너

1970년대까지 그는 국내에서 ‘하이 C(높은 도)’를 노래할 수 있는 유일한 테너였다. 그 때문에 하이 C가 나오는 인기 오페라 ‘보엠’에는 10차례나 출연했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가 1974년 갑자기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으로 유학길을 떠났다. 스스로 만족할 줄 모르는 천성 때문이었다. 전성기가 남달리 길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까.

그는 “욕심 난다고 아무 배역이나 맡아서는 길게 가지 못한다. 맞는 배역을 해야 한다”고 후진에 보내는 충고를 덧붙였다.

○ “이성균 교수는 내 분신”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그의 아들과 며느리들이 무대를 장식해 눈길을 끈다. 테너인 장남 종선 씨와 맏며느리인 피아니스트 임희정 씨, 둘째 며느리인 소프라노 박선하 씨가 함께 무대를 꾸미고, 작곡가인 차남 종덕 씨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도 무대에 오른다.

“혼자 하루 저녁을 다 꾸밀 힘은 없고,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해 온 가족에게 도와달라고 한 것뿐이죠.”

누구보다도 40년 지기인 이 씨에게 가장 감사하다고 그는 말했다.

“젊어서 호흡을 맞춰 놓으니까 다른 사람에게는 반주를 맡길 수가 없더라고요. 악보가 좀 낮게 되어 있다 싶으면 자동으로 높여주고, 앙코르 요청이 쏟아지면 악보 없이 즉석 반주도 해 주시죠. 내 분신이나 다름없습니다. 허허.”

이번 무대에서 그는 토스티의 ‘이상’, 도나우디의 ‘나의 사랑하는 님’ 등을 노래한다. 마지막 곡으로는 예의 하이 C음이 나오는 ‘보엠’ 중 ‘그대의 찬 손’이 예정돼 있다. 1만∼5만 원. 02-497-1973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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