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뮤지컬 ‘아이다’ 하이라이트 ‘패션쇼’의 모든 것

  • 입력 2005년 8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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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뮤지컬 사상 최장 기간(8개월) 공연에 도전하는 대형 뮤지컬 ‘아이다’가 27일 막을 올린다. ‘아이다’ 제작진은 22일 밤 일부 공연 관계자들을 초청해 최종 리허설을 갖고 그 첫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다’는 이집트 사령관인 라다메스와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노예로 끌려온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 세 남녀의 러브스토리.

환상적인 색감의 조명에 공연 관계자들은 탄성을 터뜨렸고 ‘사우나(Spa)’ 장면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1막의 ‘패션쇼’ 장면. 암네리스 공주와 시녀들이 “내가 입는 드레스는 바로 또 다른 나”라는 노래를 부르며 펼치는 화려한 옷의 향연은 휴식시간에도 단연 여성 관객들 사이의 화젯거리였다.

뮤지컬 ‘아이다’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미국 디즈니사는 ‘패션쇼’ 부분만큼은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때문에 언론사를 대상으로 하이라이트 부분만 보여주는 ‘프레스 콜’ 행사에서도 이 대목이 빠진 것은 물론, TV 광고에서도 패션쇼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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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1막 ‘패션쇼’. 이 장면과 관련된 동영상이나 사진은 사전에 디즈니사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진 제공 신시뮤지컬컴퍼니

○의상 특급비밀… 보고 싶으면 공연장으로

디즈니사가 이 같은 원칙을 정한 것은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다. 몸에 붉은 독사를 휘감은 드레스, 피라미드에서 영감을 얻은 사다리꼴 모양의 회색드레스 등 파리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를 연상시키는 ‘패션쇼’ 장면은 ‘아이다’의 가장 화려한 장면인 만큼 ‘직접 공연장에 온 사람만 볼 수 있다’는 전략인 것.

‘아이다’의 의상이 무대의 색감이나 느낌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이유는 바로 의상 디자이너(밥 크로울리)가 무대 디자인까지 겸했기 때문이다. 크로울리는 의상과 무대의 조화를 위해 두 작업을 항상 동시에 진행했다.

극중 암네리스는 화려한 드레스를 12번이나 갈아입는다. 암네리스 역의 배해선은 “최고급 실크와 크리스털 장신구 등으로 만들어진 의상을 원 없이 입어 진짜 공주가 된 것 같다”고 즐거워하는 반면 ‘아이다’역의 옥주현은 “2시간 반이나 되는 공연 시간 대부분을 시녀 복장 두 벌로 버텨야 해 억울하다”는 농담을 할 정도.

‘아이다’에 등장하는 300여 벌의 의상과 가발 60여 개는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공수해 왔다. 한국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의상은 배우들의 속옷뿐.

외국에서 의상을 가져오는 경우 당연히 한국 배우의 체형에 맞게 줄이고 늘리는 피팅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몸짱’으로 유명한 옥주현의 경우 의상 수정이 거의 필요 없어 스태프 사이에서도 그의 서구적 몸매가 화제가 됐다. 의상 수정 작업은 국내 스태프가 맡지만 마음대로 디자인을 바꾸지 못하도록 디즈니 의상 담당자가 최종 확인을 한다.

○그 많은 빨래는 누가, 어떻게?

‘아이다’의 의상 팀은 12명. 공연기간이 8개월이나 되는 만큼 의상이 손상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상팀장인 백정진 씨는 “거의 모든 의상이 얇은 실크로 돼 있는 데다가 장신구가 많아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한다”며 “특히 누비아 노예들이 입는 의상은 원단이 너무 얇아 모두 손빨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빨래도 의상팀의 몫.

매일 해야 하는 빨래는 배우들의 속옷과 화장이 묻기 쉬운 흰색 옷들. 그 밖에 남자들의 재킷 등 대부분의 의상은 공연이 없는 매주 월요일 세탁한다.

패션쇼에 등장하는 드레스들은 모두 ‘세탁 불가’다. 드라이클리닝도 안 된다. 드레스의 틀이 망가지기 때문. 그 대신 배우들의 땀이 배지 않도록 드레스 안쪽에 탈 부착이 가능한 안감을 덧대 이 부분만 세탁한다. 의상이 300벌이나 되다 보니 공연 4시간 전부터 의상팀 12명 전원이 매달려 다림질을 해야 한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조명 23초에 1번꼴로 바뀌어…아이다는 ‘빛의 예술’▼

환상적인 뮤지컬 ‘아이다’의 조명. 사진 제공 신시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아이다’는 ‘빛의 예술’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환상적인 조명을 자랑한다.

조명이나 무대 미술에 문외한이라도 무대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빛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아이다’에는 콘서트와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스케일 큰 조명이 무대 막 뒤에 설치된다. 또 일반 조명보다 동작, 음악을 따라갈 수 있는 속도가 2배 이상 빠른 무빙라이트가 80대 설치됐다. 이는 한국 공연 사상 최대 규모. 무빙라이트 외에 이번 무대에 사용되는 일반 조명만도 900개에 이른다.

이 작품의 조명 큐 사인(조명을 바꾸도록 지시하는 사인) 횟수는 400번을 헤아린다. 23초당 1번꼴로 조명이 바뀌는 것. 조명 큐 사인이 많은 뮤지컬로 꼽히는 ‘라이온 킹’의 사인 횟수도 300번에 그친 것에 비춰 보면 ‘아이다’의 조명 연출이 얼마나 화려한지 알 수 있다.

이집트가 주 무대인 만큼 아프리카의 붉은 빛 태양과 주황색 저녁노을, 터키석 빛깔로 출렁이는 암네리스 공주의 목욕탕, 나일강의 푸른빛 등이 모두 조명의 마술로 빚어진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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