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후폭풍 얼마나 클까…증시 3가지 시나리오

  • 입력 2005년 8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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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자의 관심사가 한 곳에 모아지고 있다.

관심 대상은 3분기(7∼9월) 기업 실적도 아니고 치솟는 국제유가도 아니다. 바로 이달 말 발표되는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이다.

부동산과 증시는 한국 국민의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이다. 부동산시장에서 불어올 회오리바람이 활황을 보이는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투자자의 최대 관심거리.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예상되는 증시의 변화에 대해 세 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 부동산시장이 보합세를 보일 경우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하면 증시에는 호재와 악재가 모두 발생한다.

어찌됐건 연초부터 치솟던 부동산가격이 일단 진정되는 것은 호재.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400조 원을 넘는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건국 이래 가장 강도 높은 부동산정책으로 예상되는 이번 대책조차 강남 일대 집값을 떨어뜨리지 못한다면 오히려 ‘강남 불패(不敗) 신화’가 확산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몇 년만 기다리면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이 더뎌질 수도 있다.

○ 부동산가격이 급락하면

증시로서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은 자산시장 전체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굿모닝신한증권 분석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한국에서 부동산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두 차례(1991년 5월∼1992년 7월, 1997년 10월∼1998년 11월) 모두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부동산가격 급락은 결국 부동산 투자자의 자산 규모를 축소시키게 된다. 부동산이 즉시 쓸 수 있는 현금은 아니라 해도 국민 자산이 순식간에 감소하는 것은 어느 면으로 보나 증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부동산가격이 하락해도 연착륙이 아니라 폭락의 형태라면 전체 자산시장이 혼란에 빠지게 돼 증시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부동산가격이 연착륙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

증시가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는 부동산가격이 큰 충격 없이 순차적으로 조금씩 하락하는 것.

부동산가격이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하면 부동산시장도 큰 충격을 받지는 않는다. 또 장기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낮아져 투자자들도 자산 구성을 주식 중심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정부도 적립식 펀드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증시 지원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고 증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최근 정부 방침의 골자이기 때문.

한국투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정부 대책을 봐야겠지만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가격이 하락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증시에 분명히 좋은 신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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