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42>行(갈 행)

  • 입력 2005년 8월 24일 03시 05분


코멘트
行은 사거리를 그렸고, 길은 여러 사람이 모이고 오가는 곳이기에 ‘가다’는 뜻이 생겼다. 사람들로 붐비는 길은 갖가지 물건을 사고팔며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는, 교류와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또 길을 함께 가는 것은 뜻을 같이하거나 또래들의 일이기에, 行에 ‘항렬’이나 ‘줄’의 뜻이 나왔는데, 이때는 ‘항’으로 구분해 읽는다.

먼저 行이 그저 ‘길’을 뜻하는 경우다. 衍(넘칠 연)은 물길대로 흘러야 할 물(水·수)이 길(行)로 ‘넘쳐흐른’ 것을, 여기서 파생된 愆(허물 건)은 분수를 지키지 못하고 마음(心·심)이 도를 넘어(衍) ‘허물’이 됨을, 衢(갈림길 구)는 어느 길(行)로 가야 할지를 살피는(瞿·구) ‘갈림길’을 말한다.

둘째, ‘가다’라는 뜻으로 쓰인 경우이다. 衛(지킬 위)를 구성하는 韋(가죽 위)는 원래 성(국·국)을 발로 에워싼 모습인데 이후 ‘가죽’으로 가차되자, 에워싼 대상은 圍(둘레 위)로, 에워싸 격리하는 행위는 違(떨어질 위)로, 그러한 동작은 衛로 분화했다.

셋째, 사람이 붐비는 사거리로서의 行이다. 衡은 원래 行과 角(뿔 각)과 大(클 대)로 이루어져, 사거리(行)에서 수레를 끄는 소의 뿔(角)에 큰(大) ‘가름대’를 묶은 모습을 그렸다. 이는 붐비는 사거리를 지날 때 사람이 쇠뿔에 받힐까 염려되어 뿔에 커다란 가름대를 단 모습으로 추정되며, 가름대가 옛날의 저울을 닮아 ‘저울’을 뜻하게 되었다.

넷째, 갖가지 물건을 사고팔며 재주를 뽐내는 장을 말한다. p(즐길 간)은 큰(干·간) 길(行)이 바로 많은 것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임을 말해 준다. 衒(팔 현)은 길(行)에서 물건을 파는 행위를 말하는데, 玄(검을 현)은 달리 言(말씀 언)으로 대체되기도 하며, 이는 말(言)로 자랑삼아 남을 ‘현혹함’을 말한다.

또 術(꾀 술)은 구성하는 朮(차조 출, 출의 원래 글자)은 원래 농작물의 이삭을 꺾어 놓은 모습이기에, 術은 길(行)에서 농작물(朮)을 사고파는 모습이며, 물건을 사고팔 때 쌍방 모두 ‘꾀’와 ‘기술’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