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LPGA ‘코리안 데이’… 2005년 8월 22일 그린의 大이변

  • 입력 2005년 8월 2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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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우먼파워’가 또다시 세계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22일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컬럼비아에지워터G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세이프웨이클래식(총상금 140만 달러) 최종 3라운드. 강수연(29·삼성전자)이 15언더파 201타로 우승을 차지하는 등 5위까지를 한국 선수가 휩쓸었다. 공동 10위 송아리(하이마트)와 한희원(휠라코리아)까지 포함하면 ‘톱 10’에 무려 7명. 리더보드만 보면 마치 국내대회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한국 여자골프는 왜 강할까.》

▽‘소녀가장’의 악바리 정신이 최대 무기=미국에 진출한 한국 여자골퍼에겐 포기란 없다. 든든한 스폰서가 있는 몇 명의 선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이른바 ‘소녀가장’이기 때문이다. 주니어시절부터 적게 잡아도 수억 원씩 골프비용으로 투자됐기 때문에 다른 가족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뛴다.

원형중(이화여대) 교수는 “가족에 대한 보상심리는 부담감이기도 하지만 피 말리는 승부의 세계에선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보: 강수연의 생애 첫 LPGA 우승 현장

한편 LPGA에 진출한 한국선수(24명)끼리의 자존심 경쟁도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세리는 되는데 나라고 못할까’라는 오기가 대단하다. 국내 무대 시절 박세리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던 강수연은 대회 중에도 해가 질 때까지 매일 서너 시간씩 퍼팅 연습을 하며 ‘와신상담’해 이번 대회에서 신들린 듯한 퍼팅 실력을 발휘했다. 올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첫 승을 거둔 이미나(24)는 미국 2부투어 시절 호텔 방 문을 걸어 잠그고 아버지와 함께 실제 칼을 입에 물고 우승 의지를 다져 감격적인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코리안 롱런’은 계속될 것인가=강수연을 포함해 올 시즌 한국선수 5명이 거둔 5승(메이저 2승 포함)은 모두 첫 우승이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선수들은 모두가 이미 국내무대에서 검증된 우승후보다. 1988년 구옥희에게서 시작된 한국선수의 LPGA투어 우승 계보는 계속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개인적 ‘롱런’ 가능성은 그리 밝지 않다. 박세리가 지독한 슬럼프에 빠진 것은 대표적인 예. 전문가들은 “‘골프 치는 기계’는 한계가 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헤쳐 나오기가 쉽지 않다”며 공부를 전폐하다시피 한 국내 주니어골프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서양 여자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경기 자체를 즐기는 플레이를 해 온 반면 한국 선수들은 우승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오면 조급해지고 슬럼프에 빠지기 쉬운 점도 지적되고 있다.

안영식 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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