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인터넷에 빠진 아이…이젠 학교 접속을

  • 입력 2005년 8월 2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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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때만큼은 약간의 흐트러짐이 용서가 된다. 그래서 밤늦도록 인터넷 게임이나 채팅을 해도 “이번만 봐 준다”며 넘어간다.

코앞으로 다가온 개학. 밀린 방학숙제를 끝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방학기간에 엉망이 돼 버린 컴퓨터 습관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게 더 중요하다. 그대로 두면 성적도 떨어지고 학교생활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최근 캐나다의 정신의학저널에는 ‘과도한 인터넷 접속이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인터넷 중독’ 환자가 도박 중독 및 적대감과 강박관념, 심리적 의존성을 보인다고 밝혔다.

○ 인터넷 중독되면 대인 기피증

말 그대로 약간 흐트러진 정도라면 괜찮다. 그러나 방학 전보다 인터넷 사용시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포털사이트나 블로그를 주로 이용한다면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이나 채팅에 빠져들었다면 얘기는 다르다. 인터넷을 통해 대리만족을 추구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이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이때부터 말이 적어진다.

이 단계부터는 ‘탈 억제’ 현상이 나타난다. 이성에 의해 억제됐던 감성의 고삐가 풀리는 현상으로 게임 중독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게임고수’일수록 학교생활에서 얻지 못했던 지위를 얻게 돼 탈 억제 현상이 더 심하다.

익명성의 폐해도 이 무렵부터 나타난다. 이를 정신의학에서는 ‘페르조나 현상’이라 부른다. ‘가면을 쓴 인격’이란 뜻으로 자신이 설정한 캐릭터 뒤에 숨어 실제 공간에서 하지 못했던 행동을 하며 쾌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 중독의 최종단계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아이들은 통제력을 잃고 대인기피증을 보이며 가상세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 무렵부터는 본격적으로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 방학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자

아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당분간 컴퓨터 사용을 특정시간대로 제한하도록 한다. PC방도 출입을 당분간 금하도록 한다. 용돈의 사용처를 확인할 것.

그러나 부모가 지나치게 강압적이면 되레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최근 한국청소년개발원의 조사결과 아빠가 묵인하거나 무관심할수록, 엄마가 잔소리나 질책을 할수록 인터넷 중독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엄마가 컴퓨터 사용을 격려하고 지원해 줄수록 중독위험은 낮았다. “컴퓨터 하지 말라는데 왜 자꾸 말을 안 들어?”라고 다그치기보다는 “약속한 사용시간을 20분 초과했으니까 다음에는 10분을 넘기지 않도록 하자”라고 설득하는 게 좋다. 또 컴퓨터에 깔려있는 게임을 지우거나 게임 CD를 버릴 때도 아이에게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

부모부터 본보기를 보이자. 퇴근한 아빠는 TV 대신 책을 읽고 엄마는 홈쇼핑 채널 대신 아이와 숙제를 같이 하도록 한다.

컴퓨터는 거실 등 가족이 모두 이용하는 공간으로 꺼내도록 한다. 부모가 함께 인터넷을 하는 것도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사이버머니를 부모가 직접 충전해 주고 게임과 채팅을 같이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컴퓨터의 사용을 통제했을 때 아이가 다른 정서적 문제를 일으키는 지도 확인해야 한다. 가령 우울해 하는지,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폭력적으로 변했는지, 부모 또는 친구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지, 갑자기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등을 체크하도록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가급적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도록 하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인터넷 중독 체크리스트▼

①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아도 계속 인터넷 생각을 한다.

② 만족을 얻으려면 지금보다 인터넷 사용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③ 인터넷 사용 중단을 결심했다 실패한 적이 있다.

④ 인터넷 사용을 중단하면 불안하고 짜증을 내며 우울해하기도 한다.

⑤ 원래 예정시간을 넘겨 오래 인터넷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⑥ 인터넷 때문에 학교생활이나 교우관계에 위험이 생긴 적이 있다.

⑦ 인터넷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⑧ 성적,학교생활 등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 5개 이상 해당되면 인터넷 중독 경향이 높음. 전문가의 상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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