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 비싸게 받고…民資고속도 사업 땅짚고 헤엄치기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3분


코멘트
건설교통부가 현재 계획 중이거나 건설 중인 민자 고속도로의 예상 교통량이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고속도로가 완공된 뒤 교통량이 예상치에 못 미치면 정부가 민간 사업자에게 해마다 수백억∼수천억 원의 운영수입보전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세금을 낭비하게 된다.

이는 건교부가 21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제출한 2004 회계연도 결산 자료에서 밝혀졌다.

▽민자 고속도로 교통량은 거품=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10월∼올해 3월 조사한 ‘민간투자사업 교통수요분석 재검증’ 보고서에 따르면 건교부가 추진 중인 10개 민자 고속도로 중 5곳의 교통량을 다시 분석한 결과 당초 예상보다 최대 34%나 적었다.

인천 화도∼경기 양평 고속도로는 재검증 교통량이 사업자가 제시한 하루 평균 교통량 4만429대의 65.8%(2만6609대)에 불과했다.

경기 평택∼시흥(72.9%), 경북 영주∼상주(80.2%), 서울∼경기 동두천(91.8%), 제2영동(92.7%) 고속도로의 재검증 교통량도 사업자의 예상 교통량에 못 미쳤다.

현재 건설 중인 4개 민자 고속도로 중 2곳의 교통량도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민간투자제도 운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다시 예측한 교통량은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사업자 추정치의 59.95%, 경기 서수원∼평택 고속도로는 46% 수준에 각각 머물 것으로 분석됐다.

▽고질적인 적자 악순환=민자 고속도로의 교통량을 지나치게 높이 잡은 것은 인천공항, 충남 천안∼논산 고속도로도 마찬가지.

2000년 11월 개통된 인천공항 고속도로는 올해까지 실제 교통량이 사업자가 제시한 추정치의 40.7∼46.9%에 머물고 있다. 올해는 48.4%.

이 때문에 정부는 민간 사업자에게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4056억 원의 운영수입보전금을 지급했다.

천안∼논산 고속도로(2002년 12월 개통)도 2003년과 2004년의 실제 교통량이 예상 교통량의 47.1%와 52.4%에 그쳐 정부가 총 790억 원의 운영수입보전금을 지급했다.

건교위 이낙연(李洛淵·민주당) 의원은 “민자 고속도로의 교통량과 운영수입이 추정치에 미달할 경우 정부가 이를 모두 보장해 주는 규정을 고치는 등 세금 낭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교부는 “민자 고속도로 주변에 신도시 개발 등 변화가 많아 교통량을 예측하기 힘든 게 사실이고 초기 단계인 민자 고속도로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많았다”며 “민간 사업자에 대한 수입 보장을 장기적으로는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연구원의 이헌주(李憲珠) 박사는 “민간 사업자는 수입이 보장되므로 ‘일단 교통량을 과다하게 예측해 놓고 보자’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제라도 정부와 사업자 간의 협약 내용을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