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감청리스트 방치’ 미스터리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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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19일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 장비인 카스의 사용 명세를 왜 그냥 방치했을까.

검찰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국정원의 ‘실수’ 가능성과 ‘검찰과 국정원의 사전조율설’, 굳이 카스 사용 명세를 치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합법 가능성’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국정원이 실수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정원의 발표 이후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2주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최고의 정보 판단력과 보안의식으로 무장한 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압수수색이 예상되는 곳에 부담스러운 자료를 비치해 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과 국정원의 사전조율설도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 사상 최초의 정보기관 압수수색이어서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마당에 국가기관이 이런 무리수를 감행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정원이 굳이 감청 명세를 치울 필요가 없었다’는 ‘합법 가능성’이 현실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유는 감청을 하기 위해 카스를 대여하고 그 사용 명세를 기재한 것 자체는 합법이기 때문이다.

19일 검찰이 압수한 카스 장비 대여 명세의 내용이 ‘마약·밀수·산업보안’ 등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인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가안보를 위해 정당한 절차를 밟아 감청을 한 것인 만큼 문제의 소지가 없지 않겠느냐는 추정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용 명세에서 불법의 소지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대통령 승인을 얻어 합법적으로 감청을 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하거나 악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합법 가능성’에 대한 국정원의 자신감이 오히려 국정원에는 화가 될 수도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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