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정원 휴대전화 감청리스트 확보…도청수사 어디로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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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기획부와 국가정보원의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정원의 휴대전화 감청장비(CASS·카스)의 사용 명세를 확보함으로써 파장이 일고 있다. 사용 명세는 대부분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대통령의 승인’ 또는 ‘고등법원 수석부장의 허가’를 얻어 감청을 실시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져 검찰이 어느 수위까지 수사와 발표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로 대공업무나 산업스파이 감시 등에 사용=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9일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 과정에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휴대전화 감청장비인 카스의 사용 명세를 확보했다. 이는 국정원 내 관련 부서에서 제출한 이 장비 사용 요청서를 접수해 정리해 둔 것. 카스는 1999년 12월 CDMA 방식 휴대전화 감청을 위해 국정원이 자체 개발한 장비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로 감청에 어려움을 겪었고 CDMA-2000 기술이 도입된 2000년 9월 이후 사용이 중단됐다.

검찰이 확보한 사용 명세에는 주로 대공업무나 마약사범, 산업스파이 감시 등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감청 있었나=통신비밀보호법상 수사·정보기관이 합법적인 감청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우선 범죄수사와 관련해 감청이 필요한 경우 검사는 법원에서 감청영장을 발부받아 감청할 수 있다. 감청영장에는 대상과 종류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한다.

또 통비법 1항 1조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감청은 통신 당사자(감청 대상자)가 내국인일 경우 정보기관의 장이 고등법원 수석부장 판사의 허가를 받아서 하도록 규정했다.

여기에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반(反)국가활동의 혐의가 있는 외국의 기관과 단체,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한반도 내의 집단이나 외국에 있는 그 산하기관’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대통령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따라서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감청을 한 것은 일단 합법 감청에 해당한다.

그러나 검찰이 국정원에서 압수한 카스장비 사용 명세에 기재된 감청 대상에 외국인도 포함돼 있을 경우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또 국정원이 포괄적으로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뒤 정치 사찰 목적으로 악용한 사례가 드러날 경우에도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어디까지=검찰 수사는 일단 카스장비 사용 명세를 토대로 당시 국정원의 누가, 어떤 목적으로 감청을 했는지에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 장비가 사용된 1999년 12월에서 국정원이 이 장비를 폐기했다는 2002년 3월까지 이 업무에 관여했던 인사들이 1차 수사 대상이다.

그러나 통비법이 개정된 2002년 3월 이전에는 공소시효가 5년이어서 이들의 위법 행위가 드러나더라도 사법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감청을 했을 경우에는 사법처리 대상이 안 된다.

한편 ‘국가안보와 관련된 감청’은 합법 불법 여부를 떠나 그 결과가 낱낱이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의 파장이 클 수도 있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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