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통령승인 얻어 광범위 감청…검찰, 남용의혹 조사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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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대공 사범과 마약사범, 산업스파이, 국제테러 용의자 등을 광범위하게 감청해 온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국정원과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이 국정원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감청 장비(CASS·카스) 사용 목록 자료에서 밝혀졌다.

통신비밀보호법 제7조 1항은 ‘국가안전보장에 관하여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 한하여… 정보수집이 필요한 때에’ 법원의 영장 없이 대통령의 승인 등으로 감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19일 국정원 청사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국정원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휴대전화 감청 장비인 ‘카스’ 사용 목록은 대부분 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 장비는 국정원 내의 과학보안국에서 관리해 왔는데, 국정원의 대공 또는 산업정보 수집 등의 부서에서 감청에 대해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뒤 과학보안국에 카스 장비 사용 신청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압수한 카스 장비 사용 목록에는 40∼50명의 감청 대상자와 휴대전화 번호, 카스 장비 사용 시기 등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정원의 카스 장비 사용 자체는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한 것이므로 일단 합법적인 감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카스 장비를 대통령의 승인 사항 외에 다른 목적과 용도로 사용했는지, 대통령의 사용 승인이 법으로 정한 목적 외에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이뤄져 남용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카스 장비를 사용한 국정원 관련 부서 간부와 실무 책임자들을 이번 주 초에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李鍾贊), 천용택(千容宅) 씨 등을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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