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棺 ‘몰수’아니라 낡아서 보관한 것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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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자 동아일보 A30면에 서지문 고려대 교수가 쓴 칼럼 ‘나라의 품격도 묻어버린 장례’에 대해 당시 이구 씨의 장례에 관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해명하고자 한다.

서 교수는 “문화재청이 황실의 마지막 관을 비정하게 몰수했다”며 “현 정부의 역사의식을 보는 것 같아 참담했다”고 지적했다.

이미 보도된 대로 황실의 황장목 관은 조선시대 말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오랫동안 창덕궁 수장고에 있었기 때문에 옻칠이 여러 군데 터져 제대로 보수하려면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태였다. 이 관을 대충 수리해 망자를 모시는 것은 예우가 아니었다. 또 이 관은 장례일까지 시신을 보존해야 할 냉동곽의 규격에도 맞지 않았다.

한편 이 관은 비록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조선 황실의 마지막 남은 전통목관으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학자, 공예전문가, 문화재위원들도 황실 관에 대해 옛 기록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이번에 처음 보았다며 이 관이 지금껏 남아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입을 모았다.

전주이씨 대동종약원의 원로이사들은 이 같은 사정들을 고려해 황실 관을 국립고궁박물관에 영구 보관하는 것에 흔쾌히 동의하는 한편, 긴급히 국내 최고 수준의 향나무 관을 손수 준비했다고 문화재청에 알려 왔다.

‘몰수’란 범죄자가 가지고 있는 범죄 관련 물건의 소유권을 박탈하는 재산형의 하나로 이 경우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

광복 이후 우리 정부는 조선 황실에 있어 소홀한 경우가 있었으며 심지어 황실 가족을 외면하고 홀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궁궐을 복원하고 국립고궁박물관을 세워 조선 황실의 위엄 있는 모습을 되살리고 있으며 황실의 후손을 연구자문위원으로 발탁해 황실가족사를 정리하게 하기도 했다. 이번 장례에도 문화재청장이 공동장례위원장으로 종약원과 협력해 장례를 치렀다. 이번 일로 종약원 측에서는 문화재청에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알려 왔다.

정부의 시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좋지만 사실관계는 정확히 확인해 주기 바란다.

소재구 국립고궁박물관 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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