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압수수색 파장]최고정보기관 위신 곤두박질

  • 입력 2005년 8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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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국가정보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불법 감청(도청) 범죄를 입증할 물증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 대한 사상 첫 압수수색이란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특히 검찰의 압수수색은 가장 유력한 증거 확보 수단이란 점에서 이번 압수수색이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가 앞으로 도청 수사에서 주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수사단서 확보와 수사의지 과시=압수수색의 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고심해 온 검찰이 19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시급히 수사 단서를 확보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정원에서 받은 자료에 도청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별로 없어 수사를 진척시키기에 어려움이 컸다는 분석이다.

검찰이 최근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과 도청 관련 민간전문가들을 계속 부른 것도 압수수색의 대상 등을 확정하기 위한 사전 조사의 하나였다.

김승규 국정원장이 “압수수색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까지 말한 상황에서 압수수색을 계속 미룰 경우 검찰의 수사 의지가 도마에 오를 수 있어 그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정원의 위신은 더욱 추락=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에 투입한 수사팀은 검찰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한 기관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부장검사가 현장을 직접 지휘한 데다 검사 8명이 동원됐기 때문.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위신이 더 추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청 사건 파문으로 신뢰가 떨어진 마당에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더해지면서 정보기관의 권위와 자존심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지 않겠느냐는 것.

▽큰 기대는 어려울 듯=도청 테이프를 무더기로 압수했던 공운영(孔運泳·58·구속) 전 국가안전기획부 미림팀장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과 같이 의외의 소득을 얻는다면 수사에 한층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도청 장비나 자료를 확보하지는 못하더라도 합법적인 감청 장비에서 도청의 단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수사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에서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이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하루 전 이미 알려진 데다 국정원이 휴대전화 도청 장비와 도청 자료 등을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기 때문. 단 하루 동안 실시한 압수수색으로 방대한 국정원 본부를 모두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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