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기부받고 국조보조금 변칙지출…정당살림 ‘복마전’

  • 입력 2005년 8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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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이 국고보조금과 정치자금을 ‘쌈짓돈’처럼 여겨 유흥비 등에 지출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개정된 정치자금법에 따라 법인 또는 단체의 기부가 금지됐음에도 기업들은 편법 기부를 계속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9일 정치자금을 불법 기부한 기업체 대표와 임직원 등 18명,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허위·누락보고한 열린우리당 최규성(崔圭成) 전 사무처장과 한나라당 함석재(咸錫宰) 재정위원장 등 정당인 6명을 포함해 모두 2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5개월간의 실사를 통해 각 정당이 지난해 국고보조금 중 2억9700여만 원을 부당하게 집행한 사실을 적발했다. 또 242건의 위법사실을 적발하고 231건은 경고 및 주의 조치했다.


▽국고보조금이 쌈짓돈?=정치자금법 위반 건수는 열린우리당 102건, 한나라당 78건, 민주노동당 22건, 민주당 8건 등으로 열린우리당이 가장 많았다.

또 부당하게 사용된 금액에 비례해 줄어들 내년도 국고보조금 액수 역시 열린우리당이 1억8329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민노당 5387만 원, 한나라당 3634만 원, 민주당 2360만 원 순이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국고보조금을 차량수리비 등 ‘개인 용돈’으로 사용한 게 24건 182만여 원이었다. 또 워크숍을 열면서 유흥비 44만 원을 썼고, 유급 사무직원을 67명이나 초과해 채용했으며 후원회 관련 경비 226만7600원도 부당 사용했다.

한나라당은 국고보조금 중 유흥비로 57만1390원을 썼으며 2005년도 지출분 121만 원을 2004년도에 지출한 것으로 허위보고했다. 그러나 감액금액이 열린우리당의 20% 수준이고 민노당보다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노당은 당원집회에 참석한 당원들에게 휴대전화줄 2000개(400만 원)를 지급했고 유급 사무직원도 18명이나 초과해 썼다.

정치자금의 경우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 때 여론조사비 2300만 원을 누락했고 또 법인카드로 당직자 식대 등 1억6700여만 원을 지출하면서 지출 명세를 기재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중앙당 식대와 간담회 비용 3100만 원을 당직자 개인카드로 먼저 지출하게 한 뒤 추후 지급하는 변칙회계 사례도 적발됐다.

이 밖에 의원들은 개인의 동창회비나 경조사비, 주·정차 위반 과태료에 정치자금을 유용하기도 했다.

▽기업은 임직원 및 가족 명의로 위장 기부=대한항공은 경영전략본부장 주도로 기부 대상 정치인을 정한 다음 비자금 1억3500만 원을 임원들 명의로 49개 후원회에 분산 입금했다.

기업체 대표들인 A 회장과 B 회장은 개인기부 연간한도(2000만 원)를 초과해 각각 10개 후원회에 3300만 원, 19개 후원회에 3600만 원을 기부해 적발됐다.

C사 임원 부인은 7개 후원회에 2100만 원을 기부하면서 3개 후원회에 900만 원을 타인 명의로 기부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선관위는 “계좌추적권이 없는 한계 때문에 의혹은 있지만 구체적 위법사실을 확인 못해 고발하지 않은 몇 군데 대기업이 있다”며 “일부는 경고 및 주의 조치를 받았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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