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정권이 책임질 과오는 없다” 盧대통령 발언 혼선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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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정부 때냐? 현 정부 때냐?’

18일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사 정치부장들 간의 간담회가 끝난 뒤 청와대 기자실에서는 대혼란이 벌어졌다.

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의 도청 문제에 관한 질문에 대해 “정권의 도청, 국정원 또는 국정원 일부 조직의 도청을 구분해야 한다”면서 “정권이 책임질 만한 과오는 없다. 명확하게 답변을 드리겠다”고 단언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답변 중에서 ‘정권’이 DJ 정부를 이르는 것인지, 현 정부를 말하는 것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만약 DJ 정부 때의 도청을 가리킨 것이었다면 DJ 측을 달래기 위한 의도적인 발언으로 해석될 수도 있었다.

이 와중에 연합뉴스와 일부 인터넷 매체는 노 대통령이 ‘DJ 정권은 책임질 과오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단정해서 보도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언급은 전후 맥락상 현 정부 쪽에 무게를 둔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도청이 없었느냐? 그랬을 때 나는 ‘없다’ 이렇게만 말해 왔죠. 국민의 정부에도 도청이 있었다고 하니까. ‘어, 그거 내가 국정원 (직원) 한 사람 한 사람한테 꽁무니 다 따라다닌 것도 아니고…’, 내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난감해진 거죠”라고 말한 데 이어 “정권이 책임질 만한 과오는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DJ 정부 시절 도청 문제에 대해선 “처음 보고받을 때는 ‘정권 차원의 도청이 아니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에서 또 누가 나쁜 짓을 한 모양이구나’ 정도로 생각했다”며 “나중에 (발표되면서) 정권 차원의 엄청난 사건으로 비화돼 나도 당황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 측은 한동안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숙의한 뒤 오후 6시 반경 “대통령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는 참여정부든 DJ 정부든 정권 차원에서는 책임질 만한 과오는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두루뭉술한 해석을 내놓는 것으로 혼선을 매듭지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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