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인력송출 업체선정 도와달라” 檢-警-言에 로비 의혹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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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혐의로 구속된 사업가의 일기장에 검찰과 경찰, 언론사 간부를 만나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경찰이 수사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환경비료 제조사업을 하는 홍모(64) 씨를 16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홍 씨는 2003년 4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네팔의 한 인력송출업체 관계자 A 씨에게서 국내 인력송출업체로 선정되도록 도와 달라며 1억30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홍 씨는 A 씨를 위해 한 방송사 관계자를 만나 A 씨의 경쟁업체인 M사의 비리를 폭로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송사는 지난해 1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M사가 엄청난 웃돈을 받고 네팔의 근로자를 한국으로 보내고 있다는 내용을 방영했다.

경찰은 홍 씨가 방송사 관계자에게 보도 대가로 금품을 건넸는지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인력송출사업이 실패하자 올해 3월 홍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의 조사를 받던 홍 씨는 로비 내용이 담긴 일기장을 경찰에 건넨 뒤 잠적했다가 이달 14일 검거됐다.

일기장에는 방송사 직원 5, 6명과 검찰청 전현직 부장, 총경급 간부를 포함한 경찰 관계자, 금융기관 간부 등 20여 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일기장에 이들에게 수십만∼수천만 원 상당의 돈이나 향응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어 청탁의 대가가 아닌지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직 방송사 간부 B 씨와 경찰 간부 C 씨 등은 “홍 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청탁이나 금품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홍 씨의 아들(32)은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A 씨가 경찰에 허위 사실을 말해 해명 차원에서 일기를 경찰에 제출한 것”이라며 “아버지가 평소 알고 지내던 분들을 만나 식사를 대접하고 작은 성의를 표시한 적은 있지만 청탁이나 로비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직 부장을 제외한 고검 검사 1명, 지방검찰청 부장 1명, 일반 직원 1명 등 모두 3명에 대해 감찰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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