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60명 5일간 점포경영 체험]풀뿌리 경영 배우기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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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전문경영인을 꿈꾸는 중고교생들이 17일 중소기업청이 마련한 ‘점포경영 체험’ 행사에 참가해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
미래의 전문경영인을 꿈꾸는 중고교생들이 17일 중소기업청이 마련한 ‘점포경영 체험’ 행사에 참가해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
“사장님, 이 양말 도매가격이 얼마죠?”

“학생, 뭐 하려고? 도매가격은 알아서 뭣 해. 영업 기밀 알려주면 우리 같은 사람은 먹고살기 힘들지.”

“사장님, 아니 아버님, 제가 양말 팔아 번 돈으로 좋은 곳에 기부하려고 해요. 도와주실 거죠? 많이 살게요.”

17일 서울 동대문시장의 한 양말가게. 10대 학생들과 양말가게 주인 간에 가격 협상이 한창이었다. 20여 분의 실랑이 끝에 양말가게 주인은 당초 제시한 양말 켤레당 가격을 100원 낮춰 도매가로 팔았다.

중소기업청(청장 김성진·金成珍)이 16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서울 경기 지역의 중고교생 6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점포경영체험’ 행사이다.

참가자들은 옷가게, 떡집 등 재래시장 점포의 사장 역할을 했다. 동대문시장에서 물건을 싸게 사고 이를 다시 종로구 세종로에서 좌판을 열어 파는 식이다.

이와 함께 성공한 시장 상인이 들려주는 ‘상인 되기 특강’, 시장 현장학습, 사업계획서 작성 및 판매 전략 수립 등 창업에 필요한 실전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자신들이 선정한 아이템을 세종로 거리에 깔아놓고 “떨이요”를 외치며 직접 상인이 된다. 수익금 전액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될 계획이다.

시장현장 학습을 나가기 전 참가자들은 대여섯 명씩 모여 아이템 선정에 골몰하고 있었다.

“벼룩시장에는 쇼핑보다 가족 나들이 겸 오는 사람이 많던데 이들을 공략하는 것은 어때?”

“기상예보를 보니깐 그날 소나기 올 확률이 높대. 우산을 파는 건 어떨까?”

“고객은 우리 생각처럼 이성적이지 않아. 즉흥적으로 사는 경우도 많잖아. 고객의 감성에 포커스를 맞춰 보면 해답이 나올 것 같아.”

이들은 액세서리, 양말, 수건, 음식, 장난감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정했다. 김해홍(18·경동고 3년) 군은 “양말은 판매 단가가 낮고 곧 계절이 바뀌면서 수요가 크게 늘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참가자 중 상당수가 앞으로 경영학과에 진학한 뒤 전문경영인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보다는 세계적인 유통기업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턴을 역할모델로 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명은(17·양명고 2년) 군은 “국내 중견기업이 직물가게나 식료품점, 자전거 점포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고 배웠다”며 “시장 점포에서 출발하지만 노력하면 미국의 월마트처럼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센터 김상현 씨는 “젊은이들의 시장상인 창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이 같은 캠프를 열었다”며 “10월에는 실업계 고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점포 경영 체험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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