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나의 음악실’ 진행… 음악평론가 한상우씨 별세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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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음악실 한상우입니다. 오늘은 브람스가 작곡한….”

1970년대 초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FM 라디오로 클래식을 즐겨 듣던 음악 팬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차분한 오프닝 멘트다. 그 주인공인 음악평론가 한상우(韓相宇) 씨가 16일 오전 서울 이화여대 목동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7세.

충북 제천시가 고향인 고인은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뒤 교직에 몸담았다가 1969년 MBC TV 개국 요원으로 입사해 고전음악 담당 제작위원으로 있으면서 1971년부터 평론가로 활동했다. 1972년 MBC FM 개국과 함께 클래식 해설 프로그램 ‘나의 음악실’을 진행하기 시작해 1984년 막을 내릴 때까지 진지함과 대중성을 함께 갖춘 설득력 있는 진행으로 인기를 얻었다.

‘날씨 얘기 등의 형식적인 코멘트는 최대한 배제하고 음악의 진수를 최대한 자상하게 소개한다’는 방송 철학을 견지했던 그는 방송활동 틈틈이 동아일보 등 일간지와 음악 전문지에 공연 리뷰와 음악계 현장 비평 등을 기고했다. 현장을 토대로 한 정확한 지적과 예리한 안목으로 평론가로서 높은 신뢰를 얻었다. 음악계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는 데도 게으르지 않아 클래식 연주자들이 관객과 만나는 무대보다는 대학 교수 임용에 목을 매는 ‘강단 지상주의’와 레슨 치중 현상을 통렬히 비판하고 영재 교육의 중요성을 틈날 때마다 강조해 큰 반향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1970년대 '나의 음악실'을 진행하던 한상우 씨.

1984년 MBC를 퇴사한 뒤에는 1996년까지 서울예고 음악과장을 지냈고 월간 ‘음악춘추’ 편집인,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 이사, KBS교향악단 운영위원 등 음악계의 자문 역할을 두루 맡는 한편 집필에도 몰두했다. 저서로는 ‘한국 양악인물사-기억하고 싶은 선구자들’ ‘선율, 온 영혼의 불꽃’ ‘삶과 죽음의 음악’ 등이 있다.

지난해까지도 실황 음악회 생중계를 진행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했던 고인은 올해 5월 신장 수술을 받은 뒤 소화기 이상으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으며 이달 초부터는 심장 염증 증세를 보여 투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승애(辛承愛·이화여대 명예교수) 씨와 아들 설형(雪炯·SK텔레시스 대리), 딸 설희(雪熙) 씨, 사위 김성환(金成煥·참여방송 RTV 제작이사) 씨가 있다. 발인은 20일 오전 10시 반. 02-2651-5121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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