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662년 파스칼 사망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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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 속에서 가냘픈 한 줄기 갈대와 같다. 그러나 생각하는 갈대다.’

프랑스의 철학자 겸 물리학자 블레즈 파스칼(1623∼1662)은 어려서부터 신동이긴 했지만 자신의 저서 ‘팡세’에 남긴 이 명언처럼 철저히 생각한 덕분에 많은 과학적 업적을 냈다. 그가 부친의 세금 계산을 도우려고 계산기를 발명한 것이나 수은기압계를 만들어 기압을 측정한 일, 여기서 더 나아가 ‘밀폐된 유체의 일부에 압력을 가하면 그 압력이 유체 내의 모든 곳에 같은 크기로 전달된다’는 파스칼의 원리를 발명해 유압프레스를 만들어 낸 일, 페르마와 함께 확률론의 기초를 세운 일, 진공(眞空) 확인, 주사기 발명 등.

그는 너무 많은 일을 하다 과로로 병이 났고 이 때부터 의사의 권유로 한가하고 여유 있는 삶을 즐겼다. 그러나 여기서도 그는 ‘지독하게 생각하기’의 행위자답게 인간의 삶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서 자연을 넘어 초월성의 세계로 들어갔다. 23세의 젊은 나이에 그는 신에게 귀의하면서 과학에서 기독교적 인간학, 신학으로 사유의 장소를 옮겨 갔다.

오늘날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팡세’도 무신론자와 불신자들에게 대항해 기독교를 옹호하고 전파하기 위한 논리와 설득의 글로 가득하다. 그는 여기서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신을 믿음으로써 잃을 것이 없지만, 반면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신을 믿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잃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팡세’는 완성된 저술이 아니라 그가 건강이 허락할 때 틈틈이 써 두었던 미완성의 글들을 사후(死後)인 1670년 그의 친지들이 모아 유작으로 발표한 책이다. 명상록(冥想錄)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그는 병마(病魔)와 싸우며 자신의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참회와 감사의 마음으로 신의 자비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 주위를 숙연케 했다.

최근 국내에 번역된 책 ‘파스칼의 편지’(이환 옮김)를 읽어 보면, 1662년 8월 19일 숨지기 직전 그는 가톨릭 신부로부터 병자성사(病者聖事)를 받을 때 “하느님께서 영원히 나를 버리지 마소서”라고 말했다. 그의 ‘생각하기의 궁극적 결론’은 신과의 합일(合一)이었던 것이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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