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지명자 누구인가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코멘트
18일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이용훈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이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가 자택에서 축하 전화를 받고 있다. 이 대법원장 지명자는 임명 절차가 끝나면 다음 달 23일 퇴임하는 최종영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사법부를 이끌게 된다. 전영한 기자
18일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이용훈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이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가 자택에서 축하 전화를 받고 있다. 이 대법원장 지명자는 임명 절차가 끝나면 다음 달 23일 퇴임하는 최종영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사법부를 이끌게 된다. 전영한 기자
이용훈(李容勳·63) 대법원장 지명자를 잘 아는 법조인들은 그를 세 가지로 표현한다. ‘원칙에는 양보가 없는 법관’ ‘할 말은 꼭 하는 법관’ ‘현실 안주를 싫어하는 법조인’ 등.

그는 법원 간부 시절 “판사들이 게으른 것은 못 참는다”고 말해 왔다. 별명은 ‘벙커’. 후배 법관에 대한 엄격한 재판 지도로 ‘웬만큼 준비하지 않으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뜻에서 골프장의 함정인 ‘벙커’에 비유해 붙여졌다.

사석에선 정이 많고 후배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 ‘소탈하다’는 평을 듣는다.

▽소신 법관=소장 법관 때는 순탄한 길을 걷지 못했다. 유신 초기인 1972년 의정부지원 판사 시절 그는 시국사건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라는 ‘주문’을 어기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 일로 그는 전두환(全斗煥) 정부 시절 내내 시국사건 재판에서 배제됐다.

1993년 6월 소장 판사들이 과거 군사정권에 휘둘렸던 사법부에 대해 반성을 촉구하며 성명서를 발표했을 때 그는 서울지법 서부지원장으로 전국 법원장 회의에 참석해 소장 판사들의 의사를 대변했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 그러나 공안사건엔 엄격=대법관 시절엔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과 권리를 배려하는 소수 의견을 많이 냈다.

1996년 12월 삼청교육대 사건 피해자 변모 씨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때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다수 의견과 달리 배상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공안사건에서도 엄격한 판결이 많다. 1997년 7월 변모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이적단체 구성원 사이의 내부토론이라도 찬양·고무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1999년 7월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북한주민 접촉 신청을 불허한 국가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북한이 적화통일 노선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북접촉 창구는 일정한 범위의 단체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민변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북한 어린이 살리기 의약품 지원본부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북한이 반국가 단체라는 사정이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 받는 북한 주민에 대한 구호와 지원을 금지할 명분은 못 된다”며 이 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변호사=2000년 16대 총선 때는 선관위원장을 맡아 후보자의 전과 공개를 실현했다. 그는 후보자의 병역 및 납세 실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을 때 “공인은 사생활이라도 공개해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담화문을 발표해 후보자들을 긴장시켰다.

변호사로서 지난해 말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의자가 법정에서 “조서의 진술 내용이 내가 진술한 대로 기재됐다”고 인정해야만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끌어 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사건 대리인=2004년 4월 노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때 법률대리인단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을 들어 대법원장 지명을 예상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행정처의 간부는 “탄핵심판 사건 때의 일로 이 지명자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사법개혁에 뚜렷한 소신을 보여 온 만큼 사법부의 많은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 관계=장인(고영완·高永完)이 일제강점기에 3년간 옥고를 치른 독립투사로, 광복 후 2대, 5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남 1녀 중 큰아들은 은행원이며 작은아들은 일간신문 기자, 사위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로 재직 중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