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새, 날다람쥐처럼 날았다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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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새가 나뭇가지 위에서 먹이를 잡아먹는 상상도. 최근 국내 연구진이 시조새의 날개 구조와 앞발톱이 나무를 찍어서 오르기에 적합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시조새가 나뭇가지 위에서 먹이를 잡아먹는 상상도. 최근 국내 연구진이 시조새의 날개 구조와 앞발톱이 나무를 찍어서 오르기에 적합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억5000만 년 전 중생대 공룡과 함께 살았던 최초의 새가 바로 시조새(Archaeopteryx)다. 1861년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한 채석장에서 발견됐을 때부터 시조새는 반은 공룡, 반은 새의 특징을 가져 논란을 일으켰다.

시조새가 어떻게 날았을지 또한 논란이 돼 왔다. 시조새 화석이 발견된 지 140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 ‘활강설’ 지지 연구결과

고생물학자들은 시조새의 비행 방법을 2가지로 제시해 왔다. 비행기처럼 땅에서 이륙하며 날았다는 ‘이륙(ground-up)’설과 행글라이더처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며 날았다는 ‘활강(tree-down)’설이 그것.

나뭇가지 사이를 점프하며 날아다니다가 비행능력을 얻게 됐다는 활강설(위)과 곤충같은 먹이를 쫓아 빨리 달리다가 날게 됐다는 이륙설이 맞서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대

최근 국내 연구진이 시조새의 활강설을 지지하는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시조새의 비행 방법에 대한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BK21 임종덕 연구교수는 18일 “미국 캔자스대 래리 마틴 교수와 함께 시조새 화석을 연구해 날개 중간에서 현생 조류와 같은 방법으로 날개를 접을 수 있는 구조(날개 앞부분의 막)를 발견했고 날개 끝에 있는 2개의 발톱이 밀접히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조만간 국제학술지 ‘커런트 사이언스’에 게재될 예정이다.

임 교수는 “이 발견으로 시조새의 앞발(날개) 구조와 앞발톱이 나무를 찍어서 기어오르기에 적합한 형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시조새가 발톱으로 나무를 찍어서 기어오른 후 나무 사이를 날다람쥐처럼 점프하며 날아다니다가 결국 비행능력을 얻게 됐다는 설명이다. 바로 활강설을 뒷받침하는 내용.

1993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는 시조새의 뒷발톱이 나무에 오르기 적합한 구조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시조새의 앞발이 잡는 능력이 뛰어나 먹이를 잡아채기에 좋았을 것이라는 대다수의 주장에 반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고생물학자 대부분 ‘이륙설’ 지지

임종덕 연구교수

현재 많은 고생물학자들은 시조새가 땅에서 날아올랐다는 이륙설을 지지한다. 이륙설은 1974년 미국 예일대 존 오스트롬 교수가 제안한 것이다.

오스트롬 교수는 시조새가 자신보다 작은 곤충, 도마뱀, 포유동물을 주로 잡아먹기 위해 빨리 달렸는데 앞발, 즉 양 날개를 사용해 먹이를 잡았고 이 과정에서 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날개에 깃털이 있었기 때문에 먹이를 효과적으로 잡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또 시조새를 육식공룡인 수각류의 일종으로 간주했다. 이는 조류가 수각류에서 파생했다는 ‘공룡기원설’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임 교수는 “연구결과 시조새가 육식공룡처럼 땅 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닌 게 아니라 새처럼 나무 사이를 날아다녔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연구자이자 시조새를 25년간 연구한 전문가인 마틴 교수는 “나무를 기어오르기에 적합한 앞발과 앞발톱, 그리고 날개를 접을 수 있는 구조는 시조새가 공룡이 아니라 완벽한 새란 증거”라고 주장했다.

마틴 교수는 새가 공룡에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새와 공룡이 공통 조상에서 분리돼 따로 진화했다고 보는 대표적 학자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새가 공룡의 후손이라는 게 대세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시조새:

1억 5000만 년 전 중생대 공룡과 함께 살았던 최초의 새. 몸길이가 30∼50cm로 새처럼 날개와 깃털을 갖는 동시에 공룡처럼 부리에 이빨이 있고 꼬리뼈가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화석은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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