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마우스로…애플, MS때리기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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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플컴퓨터가 변신하고 있다. 매킨토시 PC에서만 돌아가는 제품을 만들던 관행을 버렸다. 그동안 고가(高價) 프리미엄 전략으로 유명했지만 깜짝 놀랄 만큼 값이 싼 제품도 내놓았다. 애플의 전략 수정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를 쓰는 ‘MS 진영’을 겨냥하고 있다. MS 윈도 사용자들을 애플 소비자로 끌어들여 미래 PC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이다.》

○ 변화하는 애플

애플컴퓨터코리아는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갖고 ‘마이티 마우스’라는 마우스를 선보였다. 애플은 그동안 수십 종의 마우스를 만들었지만 MS의 윈도에서 작동되는 마우스는 이 제품이 처음이다.

애플은 그동안 매킨토시 사용자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었다. 심지어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아이포드’ MP3플레이어도 2001년 처음 나왔을 때는 매킨토시 PC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었다.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애플컴퓨터코리아가 새로 내놓은 ‘마이티 마우스’를 도우미들이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제품은 이 회사 마우스 가운데 매킨토시 PC와 윈도 OS를 사용한 PC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첫 제품이다. 원대연 기자

하지만 애플은 이듬해인 2002년 아이포드를 윈도용 PC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전략을 바꿨고 아이포드 판매량은 급증했다. 애플 입장에서는 윈도가 깔린 PC에서도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든 것이 애플 제품을 널리 알리는 효과도 있었다.

가격 정책의 변화도 눈에 띈다.

애플이 이날 내놓은 ‘맥미니’라는 매킨토시 PC는 59만∼84만 원이고 노트북 컴퓨터 ‘아이북’은 119만∼155만 원이다. 애플은 고가 프리미엄 정책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50만 원대의 매킨토시 PC와 100만 원대 초반의 노트북 컴퓨터는 업계를 놀라게 했다.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애플의 대런 송 이사는 “애플은 앞으로도 최대한 많은 제품을 여러 종류의 PC에서 쓸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며 “값도 계속 낮춰 윈도 운영체제(OS) 사용자가 매킨토시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 미래의 승자는 누구일까

애플은 1976년 최초의 PC를 만들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던 회사. 하지만 지금은 세계 PC 시장의 5% 정도만 차지한다.

한국시장 점유율은 더 떨어진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PC업계는 애플의 매킨토시 PC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1% 내외로 보고 있다.

애플의 ‘변신’은 이렇게 낮은 점유율로는 미래의 PC 환경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PC가 미래에도 살아남으려면 TV와 같은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허브’로서 가족의 일상생활의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

PC를 허브로 만들겠다는 건 애플만이 아니라 MS의 계획이기도 하다. MS 역시 ‘윈도 미디어센터’처럼 거실 PC용 OS를 만들기도 했다. MS와 애플의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PC와 가전제품이 한데 묶이게 되는 상황에선 특정 기업이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PC업계뿐 아니라 가전업계에도 영향을 준다.

미래의 PC 환경에서 MS의 독점적 지위가 깨질 것인가. 애플의 변신 노력이 이런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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