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원유 트레이더들의 피말리는 세계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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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원유 트레이더 배정권 대리가 18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의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보며 유가 분석을 하고 있다. 요즘처럼 유가가 치솟을 때는 원유 트레이더들의 부담이 훨씬 커진다. 전영한 기자
SK㈜ 원유 트레이더 배정권 대리가 18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의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보며 유가 분석을 하고 있다. 요즘처럼 유가가 치솟을 때는 원유 트레이더들의 부담이 훨씬 커진다. 전영한 기자
《18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 28층에 있는 SK㈜ 원유 트레이딩팀의 하루가 시작됐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의 원유 트레이더(Crude Oil Trader) 배정권(裵廷權·31) 대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컴퓨터를 통해 밤사이 들어온 해외지사의 시황 분석 자료를 들여다봤다. 미국 휴스턴, 영국 런던 등 해외지사의 원유 트레이더들이 보내 온 매물 조사 자료에는 수십 가지 원유의 종류와 가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원유 트레이더란 국제시장에서 원유 매매 주문을 내는 거래자. 이들이 원유를 주문해 사 오면 정유사들은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등의 석유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다. 원유 트레이더는 정유사에서 1차 의사결정자인 셈이다.》

○ 한 달에 1조5000억 원 움직인다

SK㈜ 원유 트레이딩팀에서 계약 주문만을 담당하는 트레이더는 총 10명. 서울 본사에 3명, 싱가포르에 2명, 두바이 런던 휴스턴 베이징(北京) 도쿄(東京)에 1명씩 있다.

이 트레이더 10명이 하루에 구매하는 양은 75만 배럴 정도. 하루에 배럴당 1달러만 변동해도 75만 달러(약 7억5000만 원)가 왔다갔다한다.

이들의 구매량을 금액으로 따지면 한 달에 약 15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에 이른다. 이들의 판단은 회사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큰 손실을 안겨줄 수도 있다.

의사결정 과정은 간단하다. 해외지사에서 매물로 나온 원유와 가격조건 등을 조사한 시황 자료를 매일 본사로 보내 준다. 본사의 트레이딩팀은 다음 날 출근해 이 자료를 비교, 검토한 뒤 의견을 교환하고 매수 주문을 낸다.

매수 주문은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미국 엑손모빌 등 각 석유회사의 트레이더나 트레이딩 컴퍼니(원유를 샀다가 이익을 남기고 되파는 회사)들을 상대로 낸다. 주문은 트레이더 간의 전화로 성사된다. 1년 이상을 두고 원유를 공급받는 장기계약과 그때그때 계약해 공급받는 현물계약으로 나뉜다. 비율은 7 대 3 정도.

구매 비중으로 따지면 중동산이 70%로 가장 많고 동남아시아, 서아프리카(나이지리아), 기타 지역(미주 및 오세아니아)이 각각 10%를 차지한다.

○ 잘되면 대박, 못되면 쪽박

배 대리는 SK 원유 트레이더들 가운데 ‘막내’다. 2000년 SK에 입사한 뒤 2003년 원유 트레이더로 입문했다.

하루 일과는 숨 돌릴 틈이 없다. 해외 지사에서 보내준 자료 분석과 정보 교환, 현장 의견 청취, 전략회의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싼 매물이 나왔는데 살까요?” “공장에서 고유황 원유를 원하는데 구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쪽 원유는 경제성이 떨어져요.”

김남호 부장, 김재남 과장, 배 대리로 짜인 본사의 트레이더 라인은 전략회의를 통해 의사 결정을 내린 뒤 매수에 들어간다. 해외 트레이더들도 본사의 지시에 따른다.

배 대리가 취급하는 물량은 한 달에 50만∼100만 배럴.

그는 미국 석유회사인 셸과 일본의 트레이딩 컴퍼니인 미쓰비시상사 등 6, 7군데의 주요 거래처를 두고 있다.

“원유는 워낙 덩치가 큰 물건입니다. 한번 결정을 내리면 돈이 되기도 하고 크게 깨질 수도 있죠. 선배들은 ‘10년 했는데도 아직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부담이 크지요.”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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