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후반기 측근 전진배치 예고

  • 입력 2005년 8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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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 국회운영위원회에 대한 대통령비서실 업무현안 보고를 위해 국회에 나온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왼쪽)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은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 동아일보 자료 사진
2월 23일 국회운영위원회에 대한 대통령비서실 업무현안 보고를 위해 국회에 나온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왼쪽)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은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 동아일보 자료 사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25일)을 앞두고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이 물러나게 되면서 집권 후반기 진용이 어떻게 갖춰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실장의 퇴진을 계기로 노 대통령이 당과 정부의 협조를 강화하고 여권 내의 분위기도 새롭게 한다는 차원에서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쇄신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집권 후반기 대비 포석?=김 실장의 퇴진은 노 대통령이 지난달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는 등 정국의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지지도가 20%대까지 추락해 있는 지금 정국의 주도력을 복원하는 것부터가 발등에 떨어진 과제다. 내년 6월에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 될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고, 지방선거 이후에는 정치권 전체가 급속히 개헌 국면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그야말로 정치 지형을 가를 고비들이 꼬리를 물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노 대통령의 힘은 급속도로 약화될 것이 뻔하다.

이런 정치적 환경 때문에 집권 후반기 들어 노 대통령은 더욱 혹독한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여권 전체를 아우르면서 험난한 정국을 돌파해 낼 수 있는 새로운 진용을 갖추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핵심 측근인 이호철(李鎬喆) 씨가 최근 대통령국정상황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386 측근들이 전진 배치된 것도 이런 ‘친정(親政) 체제’ 강화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후임 비서실장은 누구=‘관리형’이었던 김 실장의 후임에는 ‘정책정무형’ 인사가 유력하다는 게 청와대 기류다. 김 실장도 사의를 표명하면서 노 대통령에게 “나보다 정치력이 더 있는 분이 오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청와대 내에서는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이 가장 무난하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학교수 출신으로 정책에 밝으면서도 정치적 감각도 있다는 것. 노 대통령과는 19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설립했을 때 연구소장을 맡은 이후 10여 년 동안 한 배를 탄 사이다.

2002년 대선 때 자문교수단의 일원이었던 허성관(許成寬)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후보로 거론되지만, 그가 기용된다면 비서실장보다는 정책실장이 더 적임이라는 얘기다. 경영학 교수 출신인 허 전 장관이 김병준 실장의 후임 정책실장을 맡아 ‘김병준-허성관’ 체제가 구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열린우리당 쪽에서는 당과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확실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인을 선호하지만 청와대 쪽은 당정분리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정치인 기용은 어렵다는 분위기다.

▽청와대 및 내각 개편으로 이어질까=청와대 측은 비서실장 교체가 청와대 참모진이나 내각의 개편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김우식 실장이 사의를 표명했을 때도 비서실장 교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극구 만류했다고 한다.

실제로도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은 큰 폭의 변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내각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10개 부처 장관이 바뀌었다. 비록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내각의 전면 개편을 전제로 향후 대연정을 제안해 놓은 것도 현 단계에서의 내각개편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김 실장을 내각의 부총리급으로 중용하더라도 그 시점은 연말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연세대 총장 출신인 김 실장은 “일단 학교로 돌아가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연구 및 기념사업을 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 金실장의 1년6개월 … 청와대-보수진영 가교역할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2월 부임한 이후 청와대와 보수진영 간의 가교 역할을 해 왔다. 보수 원로들을 수시로 만나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노무현 대통령의 사상은 의심스러울 게 없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집권 초반기를 맡은 문희상(文喜相) 전 실장이 당과 정부를 잇는 가교 역할에 무게를 뒀다면 김 실장은 대통령 탄핵사태 등으로 표출된 갈등을 추스르는 ‘관리형 실장’으로서의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김 실장은 정치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온건한 노선을 견지해 왔다. 지난해 말 이른바 ‘4대 법안’의 국회 처리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을 때 김 실장은 국회 근처에 승용차를 대놓고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전화를 해 “절대로 파국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강행 처리를 반대한 일화도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비(非)정치인 출신인 김 실장이 여권 전체를 아우르는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눈에 드러나지 않게 공직사회 내의 ‘연세대 인맥’을 챙겨 왔다는 지적도 받았다.

김 실장은 올해 1월 초 개각 때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인 이기준(李基俊)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인선 파동이 나자 노 대통령에게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냈으나 반려됐다.

4월 중순경에도 대일(對日) 강경발언으로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50%대로 올라서자 “내 소임을 다했다”며 또다시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어 최근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하는 등 집권 후반기 이후의 정국 반전을 모색하고 나서자 김 실장은 “새 진용을 갖추기 위해 필요하면 언제라도 물러나겠다”며 거취 문제를 노 대통령에게 일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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