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표단 청와대 방문]김단장 “남측 식량-비료지원 감사”

  • 입력 2005년 8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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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가십시오”노무현 대통령(왼쪽)이 17일 청와대에서 ‘자주 평화 통일을 위한 8·15민족대축전’의 북측 대표단 접견을 마친 뒤 김기남 북측 당국대표단장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안녕히 가십시오”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17일 청와대에서 ‘자주 평화 통일을 위한 8·15민족대축전’의 북측 대표단 접견을 마친 뒤 김기남 북측 당국대표단장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7일 “8월 말 재개될 4차 6자회담에서 핵 문제 해결에 실질적 진전이 있을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핵 문제의 고비를 넘어서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자주 평화 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축전’ 행사에 참석한 북측 대표단을 접견하고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남북이 상호 신뢰와 존중을 토대로 약속한 것은 반드시 행동으로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시 25분까지 약 2시간에 걸쳐 이뤄진 접견에서 노 대통령은 “6·15남북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최근 각 분야에서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신뢰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일정이 굉장히 빠듯하던데 오늘 (대표단들의) 얼굴이 밝으신 것을 보니 남북이 만나 기(氣)를 많이 받은 것 같다”며 “이처럼 남북관계가 원기왕성하게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이에 김기남(金基南) 북측 당국 대표단장은 노 대통령의 환대에 사의를 표하고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안부를 전했다.

김 단장은 이어 “우리나라 형편을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지금 형편은 좋다. 전체가 일심 단결해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며 “남에서 식량과 함께 비료를 지원해 주신 데 대해 감사히 생각한다”고 인사도 했다.

노 대통령은 8·15민족대축전 행사에 대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느낌을 받았고, (북측 대표단이) 이번에 국립묘지를 방문해 준 것은 아주 참으로 좋은 일”이라며 “앞으로 더 좋은 일이 계속해서 생길 수 있는 밑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북측 인사를 접견한 것은 6월 23일 제15차 남북장관급 회담에 참가했던 권호웅(權浩雄) 내각 책임참사 등 북측 대표단 일행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며, 오찬을 베푼 것은 처음이다.

북측 당국 및 민간대표단 182명은 이날 오후 6시 30분 인천공항에서 고려항공 전세기 2대를 이용해 북으로 돌아갔다.

한편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 브리핑에서 “(북측 대표단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핵 문제가 조속한 시일 안에 평화적으로 해결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측을 설득하는 노력을 했지만 이번에 남측을 방문한 팀들이 핵 문제를 주관하는 인사들이 아니어서 직접적인 결과를 기대하지는 않았다”며 “북한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고위정책결정 그룹에 남측의 뜻이 전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김단장 “경주 참관에 300% 만족”▼

8·15민족대축전의 김기남(79·노동당 비서) 북측 당국대표단장이 천년 고도(古都) 경주에 푹 빠졌다.

김 단장은 16일 밤부터 17일 오전까지 경주를 방문했다. 서울에서의 일정이 빡빡했지만 김 단장은 우리 측 실무진에 “경주를 못 보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며 강력히 경주 방문 의사를 밝혔다는 후문이다.

그는 16일 오후 10시경 천마총 첨성대 안압지 관광에 나서 밤 12시가 넘어서야 숙소인 경주 힐튼호텔로 돌아왔다. 17일에도 오전 6시에 관광에 나설 정도로 강행군을 했다.

김 단장은 “경주 참관에 300% 만족한다”며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특히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며 조상의 슬기로움을 느꼈다”며 “자는 시간을 조금 줄였을 뿐인데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고 말했다.

경주 김씨로 알려진 그는 천마총에서 달빛을 받으며 옛 노래 ‘신라의 달밤’을 큰소리로 불렀고, 석굴암 본존불 앞에서는 삼배 합장을 했다. 불국사 대웅전에서는 국립묘지에서 하지 않았던 분향을 곁들여 참배했다.

김 단장 일행을 알아보고 악수를 청한 여성들에겐 “고우십니다. 천년 전 신라 미인들이 부활한 것 같습니다”라고 답례하기도 했다.

김 단장이 경주에 매료된 데는 유홍준(兪弘濬) 문화재청장의 경주문화유적 해설도 한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공동취재단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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