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화해” 테제공동체 창설 로제수사 칼에 찔려 사망

  • 입력 2005년 8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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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에서 종교와 인종을 초월해 연중 약 10만 명의 젊은이들이 찾는 수도원 테제공동체(La communaut´e de Taiz´e)의 창설자 로제(본명 로제 슈츠 마르소슈·사진) 수사가 16일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테제본원에서 한 여성이 휘두른 칼에 찔려 숨졌다. 향년 90세.

로제 수사는 테제의 ‘화해 성당’에서 2500여 명의 젊은이가 참가한 저녁 기도회를 인도하다 배와 등 부위를 찔려 과다 출혈로 숨졌다. 이 여성은 정신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36세의 루마니아 출신으로 현장에서 붙잡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7일 “끔찍하고 슬픈 소식”이라고 애도했다. 도미니크 드빌팽 프랑스 총리는 “로제 수사의 추진 아래 그리스도교 에큐메니칼(통합) 운동이 확장됐고 그 영향이 전 세계에 미쳤다”며 조의를 표했으며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그는 나치로부터 유대인을 보호하기도 했던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종교인 중 한 명”이라고 추도했다.

1940년 제2차 세계대전의 한가운데서 초교파적 공동체를 꿈꾸던 25세의 젊은이 로제 슈츠 마르소슈에 의해 창설된 테제공동체는 종교 인종 언어가 다른 젊은이들이 모여 일주일 단위로 기도와 명상 속에 교제를 나누고 돌아가는 곳이다. 가톨릭은 가톨릭식으로, 개신교는 개신교식으로 미사와 예배를 드리며 제각기 자기 나라의 언어로 기도하고 찬송하는 것이 허용되는 독특한 공동체다.

스위스 개신교 목사와 프랑스계 어머니의 사이에서 태어난 로제 수사는 클뤼니 근처의 작은 마을 테제에 정착한 후 독일 점령지를 빠져나온 유대인들을 숨겨주며 1942년까지 혼자 지냈다.

1944년까지 스위스로 추방됐다 1949년 테제로 다시 돌아와 평생 독신과 공동생활을 하기로 서원했다. 첫 수사들은 모두 개신교 신자였지만 1969년 가톨릭 신자들이 입회해 오늘날 약 20개국 출신의 다양한 종교를 가진 90여 명의 수사가 소속돼 있다. 수사들의 수는 적지만 그리스도교인의 일치를 실천으로 보여준 공동체다. 한국에는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의 초청으로 1979년 테제 수사들이 처음 들어와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작은 그룹을 이뤄 생활하고 있다.

로제 수사는 1998년 유네스코 평화교육상을 수상했고 기도와 명상에 관한 많은 저서를 남겼다. 로제 수사의 자리는 8년 전 후계자로 선정된 독일 출신의 가톨릭 수도자 알루아(51) 수사가 계승한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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