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100년을 향한 한국의 ‘블루오션’

  • 입력 2005년 8월 18일 03시 08분


코멘트
《먼 미래에 대한 예측은 대부분 맞지 않는다. 그래도 예측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건 미래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현재의 연장선 위에 있기 때문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은 2005년. 빈곤과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의 과거 성적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경제 규모 세계 11위 국가로 급성장했다.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 한국의 모습은 어떨까.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 사회는 어떻고 한국은 무엇에 기대어 살아갈 것인가.》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

2045년 한국의 모습을 조망하려면 먼저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인류는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정보화 사회는 컴퓨터가 일반에 보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에 시작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지금은 산업 사회와 정보화 사회가 중첩돼 있다.


2020년경에는 ‘의식기술(conscious technology)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의식기술 사회에선 말 그대로 인간의 의식과 기술이 결합한다. 칩이나 기계장치가 인간의 의식과 연결돼 개인이 이런 기기를 몸에 달고 다니게 된다. 기기의 도움을 받아 의사 결정을 하는, 1인 결정구조를 가진 1인 기업도 가능하다.

농경 사회에서의 종교, 산업 사회에서의 국가, 정보화 사회에서의 기업이 갖고 있던 권력이 의식기술 사회에선 개인으로 옮아가는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미래는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과학자 25명이 공동 저술한 ‘앞으로 50년’은 과학기술이 가져올 미래상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그리고 있다.

우선 인간 유전자를 해석하는 데 성공해 질병과 상처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달과 화성, 목성 궤도에 기지를 갖게 되고 은하계에 있는 다른 문명의 목소리를 듣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환경과 에너지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유비쿼터스 사회는 중앙 권력이 개인의 모든 것을 감시하는 ‘빅 브러더’의 공포를 낳는다. 생물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생물학전(戰)의 우려도 그만큼 커진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술예측위원회는 국내 전문가 5000명을 대상으로 미래상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 수요는 앞으로 30년간 매년 2.3%씩 증가해 현재 97%인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물은 2011년엔 40억 t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실가스 배출도 계속 증가해 2100년엔 한반도의 기온이 현재보다 2도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통일과 韓流에서 희망을 찾는다

한국의 연구개발(R&D) 예산은 미국의 13분의 1, 일본의 3분의 1 수준.

핀란드나 스웨덴처럼 인구가 적은 국가는 정보기술(IT)이나 생명공학기술(BT) 같은 특정 분야에 예산을 ‘다걸기(올인)’할 수 있지만 한국은 어렵다. 그나마 적은 예산을 쪼개 모든 기술에 조금씩 발을 걸쳐놓아야 한다. 과학기술 분야만 놓고 보면 2045년에 한국이 여유 있게 남보다 앞설 부문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올해 5월 방한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미셸 앤드루 씨는 2050년에 한국과 일본은 인구가 감소해 국력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은 4700만 명에서 3000만 명으로, 일본은 1억2000만 명에서 7000만 명으로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 부양해야 할 인구는 늘고 생산 인구는 감소해 ‘노인국’으로 전락한다는 시나리오다.

묘수가 없을까.

최근 ‘과학기술 예측조사(2005∼2030년)’ 작업을 했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박병원(朴炳垣) 부연구위원은 “통일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한은 2030년까지 낮은 수준의 연방국가가 될 전망이다.

1942년생인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2045년까지 생존할 확률은 낮다. 김 위원장 사후(死後)엔 북한 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하고 어떤 형태로든 통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통일이 되면 일본과 대등한 규모의 내수 시장이 확보된다. 물론 통일 비용이 만만찮게 들겠지만 통일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의 ‘블루 오션’(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한류(韓流)를 통해 블루 오션을 찾자는 시각도 있다.

‘의식기술 사회’에선 개인이 전면으로 부상한다. 제조업보다 문화적 역량을 발휘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서구화의 물결이 20세기를 지배했다면 반대로 21세기에는 동양적인 것이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공병호의 ‘40년후 한국’을 위한 6대 제언▼

글로벌화의 격랑, 고령화 사회의 도래, 변질된 시대정신, 핵 위기와 통일 문제, 모험 정신의 추락 등 한국호(號)의 앞날에는 많은 어려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들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찬란한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한국인 자신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 모두가 낙관론을 갖고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면하고 있는 현실과 미래는 막연한 낙관론만으론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60년간 걸어왔던 것처럼 다가오는 도전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광복 100주년까지 앞으로 40년을 준비한다면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

첫째, 건강한 시대정신을 복원해야 한다. 한 사회의 다수가 공유하는 시대정신이 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의 현실은 무척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의타심이 지배하고, 정부가 무엇인가를 주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외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결국 한 사회는 좌향좌의 제도개혁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선택을 통해서 역동성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부를 창출하고 경쟁의 전선에서 승리한 공동체는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한 공동체의 성장 한계는 그 사회가 갖고 있는 사회적 자본의 총량에 의해 제약을 받게 된다. 때문에 개인에게 인격이 중요하듯이 한 국가에도 품격이란 것이 있게 마련이다. 신뢰와 신의 대신에 사기와 기만, 선의와 교양 있는 언행 대신에 악의와 폭언이 지배하는 사회는 그만큼 비용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기본적인 법질서의 토대를 탄탄히 하고 법질서 속에서 규율을 갖춘 개인이 다수를 차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미래 준비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역동적인 성장을 계속해야 한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오기 때문에 잘살아야 한다. 경제력이 떨어지면 구박을 받게 되는 것이 인간 세상의 일이다. 때문에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갖고 중장기를 내다보며 기꺼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말만 앞세우는 사람보다 행동으로 부를 창출하는 데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들이 보람과 기쁨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넷째, 빚 앞에 장사가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가깝게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서라도 국가의 빚을 서둘러 상환하고 건전한 재정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불요불급한 비용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하고 재정지출 증가 때문에 세금 부담을 계속 증가시키는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경쟁의 빛으로 사회의 곳곳을 비춰야 한다. 모든 혁신과 변화는 치열한 경쟁 압력에서부터 나오게 된다. 한국 사회의 미래는 경쟁과 신진대사의 원활화 그리고 이를 통한 지적 역량의 극대화란 부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평등 지향적인 마음과 태도 그리고 제도로는 결코 번영의 길로 달려갈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공병호경영연구소장
끝으로 한국 사회는 과거의 질곡에 갇혀 서로 이전투구를 행하는 못난 사람들이 되어서는 안 된다. 관용으로 서로의 허물과 상처를 덮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가져야 한다.

공병호 경영연구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