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재동]고령화사회 ‘일하는 노인’이 해법인데…

  • 입력 2005년 8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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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취재팀은 17일자에 보도된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조사 자료를 분석하면서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왼쪽은 1997년 말의 외환위기 이후 5년간 사무직 등 상위 직군 종사자가 하위 직군으로 떨어지거나 직장을 잃은 비율이다. 오른쪽은 기능직, 단순노무 등 하위직 종사자가 상위 직군으로 상승한 비율.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말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집단적인 직군 추락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놀랐다.

이 수치를 근거로 소득이 높고 신분이 안정적인 직종의 일자리가 그만큼 감소했을지 모른다는 추정을 하게 됐다.

그러나 취재팀은 다른 연구기관의 통계를 보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우리나라 취업자의 직종별 종사자 수는 매년 비슷했다. 오히려 사무직 종사자의 비율은 완만하게 올라가는 추세였다. 외환위기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가 많거나 경쟁력이 떨어져 구조조정된 이들의 자리를 다른 인력으로 채웠다는 뜻이다.

밀려난 이들은 소득이 적고 신분이 불안정한 하위 직군으로 이동했다. 지난 5년 동안 기존의 일자리를 유지하지 못한 40대와 50대 직장인의 대부분은 직종 하락이나 실직의 쓴맛을 봤다는 얘기다. 상위 직종으로 부상한 경우는 극히 적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말 ‘고령화와 고용정책’에 관한 한국 보고서를 내면서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지만 한국의 사회경제적 현실을 보면 이에 대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고 혹평했다.

보고서는 “구인광고에 연령 제한이 버젓이 등장하고 연령에 따른 퇴직을 당연시하는 기업들의 관행이 고령화사회의 장애물”이라고 결론을 맺었다.

기업들은 “회사 위계질서를 해친다” “나이 든 사람은 연봉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며 중장년 인력을 외면한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는 임금 피크제 등을 활용해 이들의 경륜을 살리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장기간에 걸쳐 실업자 신분으로 남는 사람이 많으면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말이다.

유재동 사회부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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