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데이트' 전성시대…색안경 끼고 보지 마세요

  • 입력 2005년 8월 17일 16시 08분


코멘트
'모텔 데이트'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모텔이 데이트 장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모텔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불륜·러브호텔 같은 부정적인 것.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모텔은 그런 이상한(?) 곳만은 아니다.

이들에게 모텔은 초고속 인터넷이 연결된 PC가 기본으로 설치돼 있고 대형 스크린과 5.1 채널 홈시어터 시스템으로 최신 영화를 보고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오락기기로 게임을 즐기고, 월풀욕조에서 쌓인 피로를 푸는 복합 놀이공간.

모텔에서 잠 만 자세요?…‘모텔데이트’ 전성시대

"빈방 없어서 줄서서 기다려요“

지난 8월초 서울 강남의 J모텔에서 만난 이 모(여·27) 씨는 “집처럼 편안하고 투자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주말은 남자친구와 주로 모텔에서 지낸다”고 주저 없이 밝혔다.

인근 모텔에서 만난 홍 모(26) 씨는 “데이트 할 때 주머니 사정을 고려 안 할 수 없는데 모텔데이트는 경제적인 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서울 종로 '쉴 모텔' 지배인 김동채(38) 씨는 “밤 11시 이후에는 빈 방을 기다리는 커플들이 로비에서 줄을 선채 기다리곤 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많을 때는 10쌍도 넘는다”며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동네 비디오가게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모텔 데이트가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젊은이들의 개방된 성의식과 함께 성매매 금지법 등의 영향으로 생존 위기에 처한 모텔들의 과감한 변신이 있다.

특급호텔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어

지난해 초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일부 모텔들이 테마모텔, 부티끄텔을 표방하며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자 이러한 형태의 모텔들이 신촌과 창천동 등 대학가와 종로 등 젊은이들이 많은 곳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모텔들은 방마다 테마를 달리해 스팀사우나, 초고속 인터넷, 대형스크린, 홈시어터, 당구대 등을 설치한다. 특급호텔의 시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또 갖가지 이벤트로 승부를 보는 모텔들도 있다. 방안 곳곳에 풍선을 매달거나 바닥과 욕조에 장미를 깔아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기념일을 맞은 커플에게 와인과 케이크 같은 소품도 제공한다.

이달 초 강남의 한 모텔에서 ‘남친’의 생일 축하 이벤트를 했다는 누리꾼 A(27)씨는 “출입구부터 침대까지는 장미꽃길을 만들고 월풀욕조에 아로마 향초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방은 온통 풍선으로 장식하고 서비스로 받은 케이크와 와인까지... 남자친구한테 점수 좀 땄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대실료는 서울을 기준으로 객실에 따라 2만~10만원까지 다양하다.

모텔 제대로 즐기는 법 4가지

모텔의 변신과 함께 모텔데이트가 젊은이들 사이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데는 인터넷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모텔 정보를 교환하는 사이트가 수 없이 많다.

“큰 스크린에서 게임을 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특실 숙박에만 제공되는 간식바구니 넘 귀엽죠”, “침대는 무지 푹신푹신해요”.

인터넷 카페 ‘모텔투어’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 들이다. 이 곳 게시판에는 이런 글들이 하루에 200건 이상 업데이트 된다.

사이트 운영자 이수진(29) 씨는 7만 여명의 회원들이 모텔에서 하는 이벤트 정보, 할인서비스, 모텔이용 후기, 모텔 위치 등 모텔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모텔을 제대로 즐기는 법 4가지를 소개했다.

첫째, 최신영화를 DVD로 즐겨라

둘째, 월풀욕조에서 거품목욕과 마사지를 즐겨라

셋째, 플스게임을 모텔에서, 기념일 이벤트를 모텔에서

넷째, 모텔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용품을 적극 활용하라(입욕제, 음료수, 러브젤 등)

“문화적 행위 아닌 성이 주가 되는 ‘목적전도’ 우려”

하지만 이런 세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성건강센터의 홍성묵 교수는 “개방 된 성 문화를 가진 신세대들이 영화를 보거나 공부를 하러 학교 앞 모텔을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지고 있다”면서 “1차적인 목적이 문화적 행위를 위한 것일 지라도 모텔의 분위기로 인해 2차적 목적인 성이 주가 되는 ‘목적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모텔은 젊은이들에게 당분간 최적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게 될 전망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단 둘만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합리성을 강조하는 신세대들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모텔들의 변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정혜원 동아닷컴 대학생인턴기자(건국대) dnftns77@hanmail.net

윤태진 동아닷컴 대학생인턴기자(건국대) taejin107@hanmail.net

박태근 동아닷컴 대학생인턴기자(건국대) roott99@hanmail.ne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