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日고교생들 참회의 애국가…5·18묘지서 연주회

  • 입력 2005년 8월 17일 0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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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이웃에 말 못할 고통을 안겨 준 사실이 참으로 가슴 아픕니다.”

광복 60돌을 맞은 15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묘지에서는 조촐하지만 특별한 의미를 담은 연주회가 열렸다.

60년 전의 식민지배를 사죄하는 의미로 일본 고등학생들이 우리 국가를 연주한 것.

일본 고치(高知)현 중앙고 취주악단 학생 16명과 교사 2명은 이날 5·18묘지를 찾아 5월 영령의 명복을 비는 참배에 이어 기념탑 앞에 의자를 펴고 앉아 ‘애국가’와 우리 민요 ‘아리랑’을 차례로 연주했다.

이날 연주회는 광주가 구한말 동학혁명, 광주학생독립운동 등 일제에 대한 저항이 드셌던데다 일본문화의 기틀을 마련한 백제문화권의 중심도시라는 점을 감안해 학생들이 기획한 것.

이 학교 마에다 마사야(前田 正也·48) 교장의 독특한 역사관도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작용했다. 마에다 교장은 2000년부터 “이웃나라 한국을 제대로 알자”며 매년 수학여행단을 보내고, 부산∼광주 사이클 행진을 주도해 온 인물.

마에다 교장은 “애국가는 과거를 사죄하는 뜻에서, 아리랑은 한국문화에 대한 존경을 표시로 학생들의 추천을 받아 선곡했다”며 “우리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이 한국민에게 그대로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2학년생 니시무라 쇼 양(四村 翔·16)은 “직접 한국에 와 보니 일본의 역사교육이 잘못돼 두 나라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는 교장 선생님의 가르침이 더욱 실감났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친선행사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날 전남 장성의 복지시설 프란치스코의 집 연주회에 이어 16일에는 목포 공생원과 진도실업고에서 각각 연주회를 갖고 18일 일본으로 돌아간다.

김 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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