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60년 담배 브랜드 변천사…‘솔’ 171억갑 최다 판매

  • 입력 2005년 8월 17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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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솔, 88, 장미, 디스, 마라도, 한라산, 라일락, 에쎄, 레종….’ 국내 담배 역사는 광복 60주년과 궤를 같이한다. 처음으로 판매된 담배가 1945년 나온 ‘승리’이기 때문이다. 이후 수많은 담배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18일 KT&G가 내놓은 신상품 ‘로 크럭스’는 국내에서 발매되는 110번째 브랜드. 광복 60주년을 맞아 한국 담배 브랜드의 60년 변천사를 살펴봤다.》

○ 국내 최초의 담배, ‘승리’

담뱃잎을 신문지에 싸거나 학교 다니는 아이의 공책을 쭉 찢어 그 안에 넣고 말아 피우던 시절. 할아버지들은 가늘게 썬 봉지담배인 ‘풍년초’를 곰방대에 넣어 피우기도 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온 담배는 승리. 1945년 광복 기념으로 미 군정청 전매국에서 출시했다. 당시 가격은 3원. 책 한 권 정도를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고 한다.


1949년 국군 창설 기념으로 화랑이 나왔다. 이 담배는 1981년까지 발매돼 역대 최장수 기록으로 남아 있다. 반면 1948년 정부 수립 기념용으로 나온 계명은 4개월 만에 단종되기도 했다.

궐련지에 싼 막궐련(필터 없이 종이에 싸서 피우는 담배) 형태로 발매되던 국내 담배업계에 처음으로 나온 필터 담배는 1958년의 아리랑. 1988년까지 30년간 서민의 사랑을 받았다.

국내 담배 가운데 최고의 히트작은 1980년 등장한 솔. 광복 이후 판매량 1위(171억7705만6000갑)로 현재도 시판되고 있으며 1986년에는 63.2%의 놀라운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0년에는 남북경제협력 방침에 따라 남북 합작으로 한마음을 시장에 내놓았으나 1년 9개월 만에 단종되고 말았다.

합작사업을 했던 KT&G 측은 “북한 용성공장에서 만들어진 한마음은 전력 문제 등 여러 가지 기술상의 어려움 때문에 품질이 들쭉날쭉해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시대상 반영한 담배 이름들

국내에 나왔던 110개 담배 브랜드의 이름을 살펴보면 광복 이후의 역사가 보인다.

최초의 담배였던 승리는 광복의 기쁨을 표현한 이름. 이듬해인 1946년에는 완전한 독립과 민족의 자존심을 고취하기 위해 백두산과 무궁화가 나왔다.

정부 수립 기념으로 1948년 나온 계명은 ‘새벽의 닭 울음’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지도 위에 수탉이 서서 새날이 밝았음을 외치는 그림으로 새 정부의 탄생을 축하했다.

1951년 나온 건설은 전쟁 중의 국가 재건을 상징했고 1955년 발매된 파랑새는 전후 희망과 의욕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었다.

KT&G 이상기(50) 브랜드국장은 “담배 이름은 시대 상황을 반영해 왔다”며 “1940∼60년대는 경축하거나 국가 재건의 의미를 담은 게 많았다”고 말했다.

1988년 담배시장 완전 개방 이후 외국 담배들이 쏟아져 들어온 뒤에는 국산담배 이름이 대부분 외래어로 바뀌게 된 것도 큰 특징이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소비자들이 글로벌 브랜드에 친숙해지면서 외국산을 선호하게 됐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외국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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