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이정호씨 “긴장 즐기지 않으면 못견뎌요”

  • 입력 2005년 8월 17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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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6시. 하나은행 이정호(李正鎬) IR(투자자 관계)팀장이 출근 준비를 하며 와이셔츠를 고른다. 멜빵과 넥타이, 안경도 옷에 맞춰 입는다. IR 담당자는 옷차림에도 신경 써야 한다. 투자자에게 은행을 대표하는 얼굴이기 때문. 이날도 투자자와 만나는 회의가 5개나 예정돼 있다.

오전 9시 반. 미국 헤지펀드와의 전화 회의. IR팀 팀원들이 저마다 두꺼운 실적자료를 들고 회의실에 들어온다. 이 팀장이 상반기 실적을 설명하자 “분기별로는 어떠냐”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헤지펀드 직원이 스피커폰을 통해 2분기 영업외이익을 꼼꼼히 물어보자 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준비된 자료에는 없는 질문이다. 이 팀장이 알아보고 e메일로 답을 주겠다고 말한다.

회의가 끝나자 이 팀장은 “꼭 어려운 것만 물어 본다”며 웃었다.

그는 “IR에서는 모르는 건 솔직히 모른다고 얘기하고 나중에 정확한 자료를 보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주식매수청구권 1%가 600억 원

IR는 투자자 관계 또는 기업설명 활동을 말한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의 경영활동 및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 주로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회사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까지도 알려줘야 한다.

이 팀장은 “IR는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많이 들어야 하는 일”이라며 “잘 듣고 투자자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솔직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은행의 실적을 머릿속에 꿰고 있어야 한다.

요즘 이 팀장의 하루는 하나은행의 상반기 실적을 설명하고 올해 말로 예정된 금융지주회사 출범이 하나은행에 가져올 이점을 설명하느라 바쁘다.

지주회사로의 탈바꿈에 반대하는 일부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까봐 노심초사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1% 행사하면 600억 원을 내줘야 한다. 하지만 주식매수청구가격은 주당 2만9066원으로 16일 종가인 3만850원보다 낮아 가능성은 적다.

8월 말 아시아, 미국, 유럽의 주주들을 방문하는 로드쇼도 준비해야 한다. 이 팀장은 1년에 3개월은 외국에서 보낸다.

○ 요즘도 영어 공부

주주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만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정보 부족으로 은행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고서라도 나오면 주가에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체 주식의 76%를 보유한 외국계 주주들과 상대해야 하므로 유창한 영어는 필수다.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수준급 영어를 자랑하는 이 팀장은 요즘도 수첩에 영어 단어를 적어 다니며 수시로 공부를 한다.

이 팀장은 “숫자가 가진 전략적인 의미를 잘 설명해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것이 IR”라며 “긴장을 적절히 즐기지 않으면 못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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