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반. 미국 헤지펀드와의 전화 회의. IR팀 팀원들이 저마다 두꺼운 실적자료를 들고 회의실에 들어온다. 이 팀장이 상반기 실적을 설명하자 “분기별로는 어떠냐”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헤지펀드 직원이 스피커폰을 통해 2분기 영업외이익을 꼼꼼히 물어보자 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준비된 자료에는 없는 질문이다. 이 팀장이 알아보고 e메일로 답을 주겠다고 말한다.
회의가 끝나자 이 팀장은 “꼭 어려운 것만 물어 본다”며 웃었다.
그는 “IR에서는 모르는 건 솔직히 모른다고 얘기하고 나중에 정확한 자료를 보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주식매수청구권 1%가 600억 원
IR는 투자자 관계 또는 기업설명 활동을 말한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의 경영활동 및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 주로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회사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까지도 알려줘야 한다.
이 팀장은 “IR는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많이 들어야 하는 일”이라며 “잘 듣고 투자자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솔직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은행의 실적을 머릿속에 꿰고 있어야 한다.
요즘 이 팀장의 하루는 하나은행의 상반기 실적을 설명하고 올해 말로 예정된 금융지주회사 출범이 하나은행에 가져올 이점을 설명하느라 바쁘다.
지주회사로의 탈바꿈에 반대하는 일부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까봐 노심초사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1% 행사하면 600억 원을 내줘야 한다. 하지만 주식매수청구가격은 주당 2만9066원으로 16일 종가인 3만850원보다 낮아 가능성은 적다.
8월 말 아시아, 미국, 유럽의 주주들을 방문하는 로드쇼도 준비해야 한다. 이 팀장은 1년에 3개월은 외국에서 보낸다.
○ 요즘도 영어 공부
주주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만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정보 부족으로 은행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고서라도 나오면 주가에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체 주식의 76%를 보유한 외국계 주주들과 상대해야 하므로 유창한 영어는 필수다.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수준급 영어를 자랑하는 이 팀장은 요즘도 수첩에 영어 단어를 적어 다니며 수시로 공부를 한다.
이 팀장은 “숫자가 가진 전략적인 의미를 잘 설명해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것이 IR”라며 “긴장을 적절히 즐기지 않으면 못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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